#10. 여행

몽니, <그대와 함께> / 김현철, <춘천 가는 기차>

by 유작가
<그대와 함께> -몽니


*그대와 함께 기차를 타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그대와 함께 손을 꼭 잡고

웃음 지으며 온종일 거닐고 싶어*


너의 향기를 맡으며

오늘도 네 생각에 잠들어

하루가 주어진다면

너와 여행을 떠나고 싶어

**

웃고 울던 그 시간들 (그 시간들)

이젠 너를 지워버리고 싶어

**

나를 버린 시간과 (버린 시간과) 지나간 순간들

너를 미워하지만 (미워하지만) 그리운 시간들


그대와 함께 모든 걸 잊고

저 넓은 바다로 향해 달려가고 파

그대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파


오늘 주제는 여행. 여행 갈 때 듣기 좋은 노래, 혹은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노래 두 곡.

몽니라는 밴드를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실력 면에서는 뛰어난 밴드. <그대와 함께>라는 곡을 처음 알게 된 건, 재밌게도 어떤 연극을 보다가 배우가 극 중간에 부르는 타이밍이 있어서였다.

듣자마자 반했고, 그 배우가 노래를 잘 불러서인지, 아니면 곡 자체가 원래 좋은 곡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찾아 들은 게 시작이었는데... 평가를 하자면 둘 다였다. 노래도 명곡이고 부른 배우도 원곡 못지않게 상당히 잘 부른 것이었다. (배우 이름은 김다흰.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하는데, 몇 년 전에 뮤지컬에 출연한다는 것을 신문기사에서 본 것 같다)


몽니는 2005년 1집 《첫째 날, 빛》이라는 앨범으로 데뷔했고 현재까지 활동 중인 4인조 모던 록 밴드이다. 보컬에 김신의, 기타에 공태우, 베이스에 이인경, 드럼에 정훈태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김신의는 내가 친한 동화작가가 다니는 교회 오빠였다는! 이런 교회 오빠 많았으면 좋겠다 ㅋㅋ)


‘몽니’라는 뜻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니,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심술을 부리는 성질’이라고 나와 있었다. 무슨 뜻인지 궁금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한마디로 심술이라는 뜻 같은데, 심술궂은 어린아이를 떠오르게 하는 느낌이라서 귀엽다.


<그대와 함께>라는 곡은 데뷔한 지 5년 만에 낸 2집 앨범 《This Moment》의 수록곡으로 몽니의 팬이나 밴드 마니아 층에게는 익히 알려진 노래다. 2집 앨범은 멤버들의 손과 손이 어우러져 완성됐다고. 총 14곡의 수록곡 중 2곡을 제외한 12곡을 라이브로 녹음해 냈다고 한다.


그래서 앨범 전체 곡에서 멤버들의 호흡, 웃음소리, 여러 가지 부스럭대는 소리를 통해 서로에 대한 친밀함, 따뜻함 등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실제로 <그대와 함께>라는 곡의 맨 마지막에는 본인들의 녹음이 흡족했는지, 멤버들이 손뼉 치고 환호하고 웃고 떠들며 끝이 난다. 느낌 좋고 즐거운 밴드. 이런 팀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좋은 음악이 계속 나오는 게 아닐까.


또 이 앨범에는 인기 록 밴드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가 프로듀서로, 베이시스트 김진만이 믹싱에 참여했는데 벅스 뮤직에서는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사운드에 대해 조예가 깊은 관록의 멤버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결과는 음악적 다양성과 사운드적 모던함의 탄생이다. 특히, 그 누구보다 밴드 몽니의 음악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두 선배의 참여이기에, 몽니는 더욱더 자신들의 사운드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앨범이 나온 시기는 2010년인데, 한국 모던 록의 기대주라는 평을 받기도.

<몽니는 자타공인 한국 모던 록 신의 미래를 가늠케 할 수 있는 밴드다. 이들의 1집 수록곡 [소나기]는 여전히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루키 뮤직 어워드 인디뮤지션] 부분에 선정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 5년 만에 발표한 2집 [This Moment]는 과거의 순간을 통해 완성된 지금 이 순간의 몽니를 한국 모던 록의 중심에 당당히 올려둘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노래 이야기. <그대와 함께>의 전반부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는 여행의 설렘을 그대로 표현한, 어딘가로 급히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경쾌한 드럼 사운드에 안정적인 멜로디와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김신의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조금도 흠잡을 구석 없는 명곡을 만들었다.


그대와 함께 기차를 타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그대와 함께 손을 꼭 잡고

웃음 지으며 온종일 거닐고 싶어


사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아무도 없는 곳’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배 타고 무인도로 가면 모를까. 이미 그 역을 지나는 기관사도 있고, 역무원도 있고, 기차에서 함께 내리는 승객들도 있는데.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서 단둘이 있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하겠다. 손잡고 걸어 다니기만 해도 좋을 때 가는 게 연인 사이의 여행이니까.


여행이 주는 설렘, 기대감이 좋아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사실 장소나 머무는 숙소나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있느냐다. 최고급 회를 먹어도 같이 있는 사람이 불편하면 뱉어 버리고 싶지만, 싸구려 짜장면을 먹어도 앞에 있는 사람이 사랑스러우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이 된다.


+

몽니, <그대와 함께>랑 엮을 곡은?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Yeah~~~!!!


<춘천 가는 기차> -김현철


조금은 지쳐있었나 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 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차창 가득 뽀얗게

서린 입김을 닦아내 보니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 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그리운 사람 그리운 모습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그 곡. 김현철 님의 <춘천 가는 기차>. 이 곡이 들어있는 앨범의 발매년도가 1989년이었다는 충격을 1차로 받고, 앨범 재킷 사진에 어린 왕자가 입었을 법한 망토 같은 것을 입고, 창백한 얼굴은 한 김현철 님의 어린 시절 사진에 2차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호탕한 아저씨가 되셨지만, 젊은 시절에 이 분도 한 인물 하셨던 것 같다.


<일생을>,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라는 곡들이 수록된 1996년 <동야동조(冬夜冬朝)>라는 앨범 재킷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베레모를 쓰고 검정 가죽 재킷을 입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분위기 있는 사진이다. 이 재킷 사진을 볼 때마다 베레모가 잘 어울리던 첫사랑 생각도 나고... 어쨌든 멋쟁이 스타였다는 생각이 든다.


기차 경적 울리는 소리로 시작해서 새가 지저귀듯 투명하고 맑은 플루트 소리가 노래의 전반적인 느낌을 밝게 만든다. 김현철 님의 목소리는 어떨 때 들으면 미성 같기도 하고, 어떨 때 들으면 진성 같기도 한데 두 가지를 다 구사할 수 있는 진짜 가수라는 이야기겠지. 속삭이듯, 말하는 듯 노래할 때가 있고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하며 마음을 토해내듯 노래할 때가 있으니까. 그 모든 것을 다 잘하는 가수가 김현철인 것 같다. (<춘천 가는 기차>라는 곡을 가수 조성모도 리메이크해서 부르기도 했는데, 나는 역시 원곡이 좋더라)


조금은 지쳐 있었나 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 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직장 생활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매일 출퇴근하고 업무는 해도 해도 쌓여있는 데다가 일상의 스트레스를 넘어서는 무언가 큰 사건이 하나 터지면 ‘내가 굳이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진다. 그럴 때 <춘천 가는 기차>를 들으면서 내 발걸음은 지금 회사로 향하지만, 마음은 춘천으로 떠난다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직장인 여러분들, 힘내세요! 존버 정신 잊지 마시고요. 버텨야 살더라고요)


그런데 한계점이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그냥 눈 딱 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춘천으로 향하는 itx에 몸을 실어보자. (사장님들 돌 던지지 마세요) 가끔은 이렇게 낸 용기가 인생을 바꾸는 수도 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도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이 그렇게 만나지 않나. 회사로 향하던 짐 캐리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기차를 바꿔 타고 운명처럼 아리따운 탠저린! 케이트 윈슬렛을 발견하는 것처럼.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이 길을 따라가네

그리운 사람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고옷~~

유명한 이 대목만 보면 5월에 춘천으로 떠난 것 같지만, 현재 시점은 그 뒤에 나온다. 지금은 눈이 내린 끝없는 철길 위, 초라한 내 모습. 오월의 사랑은 온 데 간데없고 쓸쓸한 겨울 혼자 찾은 춘천에서 부르는 노래였던 것.


차창 가득 뽀얗게 서린

입김을 닦아내 보니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술 한 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차창에 뽀얗게 서린 입김을 닦아내며 보이는 한강의 풍경. 한강은 언제나 변함이 없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도 사랑도 변한다는 것을... 춘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깨달은 걸까.


생각해보면 춘천에 갈 때마다 항상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갔었다. 친구, 아끼는 동생, 연인, 엄마... 사실 춘천은 교통도 불편하고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이 없는 곳이긴 하지만 서울과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소양호와 남이섬이 주는 낭만을 누려보고 싶을 때 찾는 것 같다.


처음 춘천에 가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 친한 친구 3명과 함께였는데,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춘천을 너무나 아름답게 찍어놓은 바람에 잔뜩 기대를 하고 모든 여행 계획을 다 내가 짰던 기억이 난다. 여름이었는데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에 가서 약간은 하드코어로 산을 올라 절 앞에서 기념사진 하나를 찍었다. 이후 계곡(?) 같은 곳으로 가서 발을 물에 담그고 춘천 막국수가 얼마나 맛있는지 나름 별미 체험을 했는데 서울 막국수랑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울로 돌아오던 씁쓸한 기억이 있지만, 막국수의 맛보다는 그때 나와 함께했던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니까.


이후 남친과 함께 <겨울연가>의 배경이 된 춘천 시내에 있는 '명동'에도 가봤지만, 그냥 서울의 한 동네 느낌이었다는. 거기 배용준과 최지우가 있었다는 게 더 중요했던 거다; 춘천 닭갈비도 원조집을 못 찾아서였는지 서울 닭갈비와 맛이 똑같아서 막국수에 이어 두 번째 실망을 뒤로하고 서울로 돌아온 기억이.... 확실한 건 춘천에 갈 때마다 매번 느낌이 다른 것인데, 나의 춘천 여행은 언제나 좋았다.


이번 달에 마침 춘천에 갈 일이 있는데,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면서 또 한 장의 추억을 남기고 올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 설렌다. 향기로운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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