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30대까지 버텨온 첫 직장에서 배운 것들에 대해서
다음 달이면 너무나 익숙했던 첫 직장을 떠나게 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좋은 시기를 만나서 내 능력에 비해 과분한 조건으로 대학, 그러니까 교수직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더욱이 이번 이동은 계획했던 이직이 아니라 올해 초, 갑자기 상황이 급변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내가 그동안 만들어 온 소외되었던 내 특이점이 갑자기 사회에서 그리고 대학에서 필요하게 되어버린 환경 덕분에 일사천리로 이직, 임용이 결정이 되게 되었다.
결국 이번 5월이 익숙했던 척 직장에서의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달이 된다...
주변에서 이번 일로 축하도 많이 받았고 개인적인 마음에서는 다음 달부터 대학에서 누구보다 잘해야지 라는 다짐을 하고 있으며 감정적으로는 그 예전, 10대 시절 대학 입학을 기다리던 설렘과 비슷한 기분과 함께하는 그런 5월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최근에, 내 첫 직장은 지난 13년간 나에게 무엇을 주었고
나는 내 인생에서 나의 첫 직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생각을 한다.
내 첫 직장은 나에게 무엇을 주었나? 그리고 이제 마무리하는 내 첫 직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나의 첫 직장은 조직에서 일을 한다는 것의 가치를 가르쳐 주었다.
첫 직장이 나를 받아주었을 20대 때 나는 여러 가지 반복된 실패를 경험하고 있었을 때였으며 과연 내가 고른 전공은 나의 적성에 맞는 것인지, 나는 결국 무엇을 이룰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바닥을 친 그런 때였다.
그러다 운명이었다고 생각이 드는 나의 첫 직장이 내가 가진 작은 강점 하나를 알아봐 주었고 그렇게 시작된 첫 직장에서 더할 수 없이 힘차게 직장 생활을 하였다.
일 년 일 년 경험이 쌓일 때마다 직장은 큰 일이란 조직에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으며 인내와 높은 가치, 그리고 세계에 펼쳐진 기회가 무엇인지 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조직이 나에게 주는 신뢰라는 것이 내가 가진 것 이상을 성취하게도 만들었다. 결국 첫 직장은 20대 초에 나 혼자서 왜 그렇게 많이 실패하고 고민했는지, 함께 일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게 만들었고 나는 '조직에서 함께 하는 일의 격'을 알게 되었다.
둘째, 첫 직장은 세상에 있는 기회를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첫 직장은 나에게 기회란 것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게 만들어 주었다. 세상에 기회가 많다고 막연히 느끼게 되지만 기회라는 개념에 닿아있는 사람들과 대화해 보거나, 기관의 움직임에 속해서 그 동력을 느껴보거나 그들의 맥락과 다이내믹이 일어나는 공간에 있지 않으면 그것이 기회로 느껴지지 않게 된다.
첫 직장은 지난 13년간 나에게 기회의 움직임을 온몸으로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연결해 주었으며 수많은 교육의 기회를 전달해 주었으며 실제로 기관이 세계와의 연결 속에서 성장하는 히스토리에 참여시켜 주면서 기회를 구체적으로 만질 수 있는 경험을 주었다.
첫 직장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서지 못했다면 내가 지금 보는 것들을 볼 수 있었을까? 질투 없이 시기 없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우리 산업의 기회를 꾸밈없이 보여준 첫 직장은 참 너그러웠다.
마지막, 첫 직장은 내가 나 다워야 살아갈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이 나도 내 직장을 미워해 보기도 하고 기대해 보기도 하고 실망하고 화나고 때로는 무시하기까지도 하였다. 감사하게도, 30대의 나의 치기 어린 이런 행동들에 대해 직장은 아무 반응하지 않았고 이 문제들은 직장의 문제라기보다 내가 나답지 못한 삶을 살기 때문이라는 것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즉 직장은 나의 행동에 대해 인격적으로 반응하지 않았고 그 모습에 나는 더욱더 감정적으로 나왔는데 돌아보면 많은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내가 나답지 않게 살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인 것이다. 해결 방법은 내가 나에게 맞는 내 길을 찾아야 하는 일이지 그걸 직장과 세상에 감정적으로 반응할 문제가 아니었다.
고맙게도 이 부끄러운 나의 행동들에 대해 내 첫 직장은 반응도, 기억도 그리고 대응도 하지 않아 주었다.
그래서 안전하게 나는 나에게 맞는 길을 찾고 만족을 찾고 또 성장을 찾을 수 있었다. 정말 나의 오버스러운 행동에도 가만히 있어준 직장 덕분에 나와 직장 모두 성공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위에서 내가 첫 직장에 세 가지 감사한 점은 어떻게 보면
1.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2. 이윤과 성장만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에서 3. 그리고 비인격적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 기관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 부정적인 것이고 다툴 것인지 아니면 인정하고 어우러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개인에게 있다. 결국에 기관과 개인 모두 살아야 하니 나는 어우러지는 후자의 입장을 취하길 추천한다. 그러면 비로소 이를 이용할 길이 보일 수도 있다.
자, 이제 글을 마치며 나의 첫 직장을 정의하자.
첫 직장은 30대의 뜨거웠던 시기, 꼭 나에게 필요했던
그리고 너무 좋아하고 좋아해서 미워했던 그런 것이었고
헤어져도 서로를 평생 응원할 그런 아름다운 관계였다고 하자.
어차피 너는 말을 못 하고 인격도 아니니 나는 너를 그렇게 생각하겠다.
치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