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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e Aug 19. 2024

나는 하루하루 기회를 쪼개고 흘리며 살았구나

나에게는 느낌과 열망만 남은 자율성과 창의성

일전에 글에 쓴 것처럼 나는 올해 대학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두어달 지난 이 시점에 가장 큰 수확은 나의 부족함에 대해 직면했다는 점이다. 또한 나에 대한 관찰 덕분에 내가 왜 지금 한계에 부딪친 사람인지 절감하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게 남은, 그러니까 몸에 베어 있는 자질이란 지난 15년간 직장인으로서의 적합한 행동양식인데 이것이 직장에서는 잘 살게 하지만  동시에 직장을 빼고 삶을 넓은 호흡으로 볼 때 나를 한계에 가두어 두는 것이구나라는 점을 하루하루 절실히 느끼고 있다.


자, 직장인의 바람직한 품성을 정의하자면 약간 맹목적 의식을 가지고 행동은 능동적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상사의 업무, 회사의 관심 분야에서 능동적으로 일을 고도화 해야 한다.  즉 첫 스텝은 맹목적이어야 하고 두 번째 스텝은 정해놓은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능동적으로 살아야 한다.


만약 회사원이 이 일을 하는 것의 목적에 대해 의문을 품고 목적과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하기 시작하면 그건 사장 혹은 회장님이지 회사원이 아닌 거다. 최소 임원 정도여야 기회를 봐서 ‘왜 우리는 이걸 하는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 있지 회사원은 그럼 생각 자체가 어찌보면 낭비요, 격에 맞지 않는 생각이다.


이러한 행동 양상애 대해 많은 사람들이 쳇바쿼네 회사를 위해 희생하네 혹은 직장인의 격, 일잘러 등의 이야기를 늘어 놓지만 결론은 내가 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고 혹 내가 정한 것이라도 결과적으로 임원 혹은 사장님의 승인, 즉 이니셔티브가 방아쇠가 되서 뭔가 일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직장인의 행동양상에 대해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지만 내가 매우 자율적인 어쩌면 방임에 가까운 자유가 주어진 공간에 온 지금 드는 생각은 이것이다.


 나의 몸에 젖어있고 의식에 굳어 있는 일의 방식이란 궁극적으로 수동적이고, 책임을 나누려하고, 대화로 승인받길 원하고, 누군가 나의 생각에 덧붙여주고나도 남의 생각에 의지하려고 하는 그런


한계가 명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난 내가 직장에서 오 일을 제안하는 것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인데, 혹은 어쩜 그렇게 알아서 일을 척척 진행해? 라는 말을 들으며 흠 그래 나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습성을 지닌 그런 사람이야 그러니 나에게 자유가 주어지면 완전 다채로울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혼자 정말 고독히 그리고 꿋꿋하게 무엇을 온전히 나 스스로 해 나가기에는


벌써 어엿한 그리고 칭찬받는 직장인으로 내 몸과 생각이 굳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루하루 남기며 좀 우울하다. 제목처럼  20대 이후로 나는 다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하루하루 쪼깨며 직장에서 살았구나라는 생각과 나에게는 근본적인 자율성과 창의성은 없고 어찌보면 느낌과 열망만 남은 건 아닐까? 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에도 다짐하기로는


1. 다시는 직장인으로 돌아가 수동적인 삶을 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2. 나의 한계를 지우기 위해 빈 방에서도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율성과 창의성 그리고 우직함으로 나의 실존을 강하게 가꾸어 나가겠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시고 높이까지 오르셨던 부모님이 나에게 해 주셨던 말로 글을 마친다.


‘ 아들, 껍질을 깨는 것이 자신이면 병아리가 되지만 껍질을 깨는 것이 남이면 후라이가 되는 거야‘


난 내 껍질을 내가 깨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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