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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Dec 01. 2023

미인의 기준

나는 지문이 예쁜 할머니가 되겠지


 주말 밤, 저녁을 든든하게 먹어 부른 배를 내밀고 침대에 기대어 TV를 켰다. 뭐 재미있는 거 없나. 백 개가 넘는 채널을 일정한 간격으로 빠르게 넘기고 있을 때쯤, 무릎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남편이 내 무릎을 쓰다듬고 있었다. 따뜻한 손바닥을 무릎에 대고 동글동글 굴리며 살살 어루만졌다.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이라, 어이없게 바라보다 말했다.

“뭐야.”

남편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어떻게 무릎이 이렇게 동글동글할 수가 있지? 무릎에도 살이 오를 수 있나 봐. 땡이! 이제 보니 무릎 미인이었네! 무릎 미인!”

그리곤 킥킥대며 계속 무릎을 쓰다듬었다.  

   

 어릴 때부터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머, 손톱이 어떻게 그렇게 예쁠까. 손 모델 해봐. 눈썹 다듬은 거 아닌데 그 모양이라고? 완전 좋겠다. 이마 예쁘다. 보톡스 맞은 거 같아. 안타깝게도 얼굴이 예쁘다는 말은 아니었고, 신체 일부분의 아름다움에 대해 예쁨을 인정받았다. 그럴 때마다 ’얼굴이 예뻐야지 부수적인 게 예뻐서 뭐하냐‘라는 소리를 해댔었다.  

   

 며칠 전 스릴러 영화를 보는데, 범죄현장에 과학수사대가 출동해 지문 감식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투명한 컵에 붓을 한번 쓱 칠하니 지문이 나타났다. 문득 내 지문은 어떤 모양일까 싶어,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펴 보았다. 동글동글한 지문이 나이테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단정한 모습에 ’내 지문은 꽤 예쁘다‘라고 생각했다(단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의외의 곳에서 단정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 의미는 몇 배로 크게 다가오는 셈이다). 이로써 신체 중 안 예뻐도 상관없는데 쓸데없이 예쁜 부분을 하나 더 발견했다. 지문 미인이라니.     

 

 ’예쁘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보고 예쁘면 예쁜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결국 주관적인 건데, 오늘 예쁘다고 생각했다가도 내일 더 예쁜 걸 발견하면 어제의 것은 더는 예쁜게 아니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교하지 않고, 예쁨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예쁜 것 그대로 남게 된다.

     

 미인(美人)이란 용모가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용모는 사람의 얼굴뿐만 아니라 신체의 모습과 차림새도 포함된다. 더불어 내면도 포함될 수 있다. 예전의 나는 얼굴이 예쁜 사람을 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체 일부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면서부터 미인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무릎 미인이자, 눈썹 미인, 손톱 미인, 이마 미인, 그리고 지문 미인이기까지 한 나는.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되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지문이 예쁜 ’지문 미인 할머니‘가 될 거다. 우리 모두 나의 예쁜 부분을 찾아보자. 발가락, 눈동자, 손금, 팔꿈치, 날개뼈 등등...... 어디 한군데는 분명 예쁜 부분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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