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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Dec 09. 2023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가끔 예고 없이 불쑥 빠른 속도로 스치며 뒤통수를 울리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보통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왜인지 이유 모르게 시무룩해졌다가, 그동안 애써 모른척했던 문제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며 ‘망함’에 대해 생각한다. 망함이란 뭘까. 망한다는 건 어떤 상태일까. 이미 나는 망해있는 게 아닐까. 대한민국 땅을 드릴로 파서 지구 반대편인 우루과이나 아르헨티나 어디쯤까지 갈 기세로 암울함이 한없이 바닥을 파 내려가다, 이내 나의 최고 순기능인 ‘자기합리화’가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든다. ‘괜찮아. 지금까지 쭉 이렇게 살아왔어도 심각하게 망한 적은 없었잖아?’ 대부분 수습 가능한 선에서 망하거나, 그도 아님 나의 손바닥만 한 포용력에 기대어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사실 망각의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걱정은 뻔뻔함에 밀려 사라져 버리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그럴 땐 몇 없는 친구에게 연락해 ‘말한다고 해결되진 않지만 그래도 말로 꺼내 내 마음대로 형태를 변형해 흠씬 두들겨 버리고 싶은’ 나의 고뇌를 토로한다. 인생의 고뇌는 어느새 술안주가 되고, 몸은 깨끗한 알코올로 채워진다. 술잔이 비워질 때마다 쌉싸름한 고뇌도 소진된다. 술안주가 떨어졌으니, 이제 화재는 시시콜콜한 우스개 소리다.     


 비워진 고뇌는 아마 다음번 술자리까지 가득 채워질 것이다. 어릴 적 도로를 달리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 주유소에 도착해 “이빠이!”라고 우렁차게 외치던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낡은 자동차에 가득 채워지던 기름처럼, 나의 고뇌도 성실하게 채워진다. 그렇다고 그게 또 고단하지는 않다. 인생에 대해 고뇌하는 건 생각하는 동물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고, 때문에 우리가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듯 이것 또한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지독히 맵고 짜고 씁쓰름한 것들을 채우고 소진하고 또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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