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때면 가끔 생각한다. 발가락은 왜 있는 걸까. 손가락만큼 자유롭게 사용하지도 못하는데. 존재 이유에 의문을 갖고 생각은 꼬리를 물어간다.
처음엔 단순하게도 ‘없으면 이상하니까?!’라고 생각했다. 발가락이 없는 발은 마치 방향 모를 우주 어느 끝에 사는 외계인의 발과 같은 모양이지 않을까. 발가락이 없는 그들의 보행 모습은 어떠할지 상상하다 그들의 생활상까지도 그려본다. 잡생각이 머리를 뚫고 빠르게 솟아오르는 것을 다잡고, 발가락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떠올려 본다.
눈치채고 있지 못했을 뿐, 의외로 나는 생활 전반에서 발가락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바닥에 놓인 컴퓨터 본체의 동그란 전원 버튼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엄지발가락을 밀어 눌러 전원을 켠다. 집안 어디엔가 드러누워 있을 때, 조금 멀리 떨어진 리모컨이나 핸드폰이 필요할 때면, 그 자세 그대로 ‘나와라! 가제트 팔!’처럼 다리를 쭉 뻗어 발가락 끝으로 물건을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의 위치를 살짝 옮길 때도 발가락 끝으로 밀거나 끝을 오므려 집어 들어 치운다.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발가락 간지럽히기라는 필살기로 깐족대는 동생에게 간지러움과 기분 나쁨을 동시에 선사해주지 않았던가. 비록 발가락 꼬집기라는 강력한 역공에 당해 기분 더러움을 두 배로 받았지만 말이다.
요즘엔 숫자를 20까지 셀 줄 아는 아이가 손가락을 굽혀 수를 세다가 10이 넘어가면 발가락까지 굽혀 세는 걸 보고는 발가락의 쓰임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세상에 아무 이유 없이 존재하는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