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디깅 본격 시작을 알리며
해외 유학 및 거주 7개월차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아른헴(Arnhem). 사람들이 흔히 아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도 대략 100km 떨어진 기차로 1시간 넘게 달려와야 하는 곳.
이 도시의 첫인상이었던 센트럴역.
‘와, 여기가 내가 살게 될 곳이구나.’
23kg 캐리어 두 개와 백팩, 더스트백을 비롯한 자잘한 짐들 무게 15kg. 모두 합쳐 몸무게를 훌쩍 넘는 무게를 이고 끌고 공항에서부터 한참을 헤매며 도착했고, 집도 못구하고 호텔에 지내면서 발품을 팔아야되는 상황에 앞둔 이의 눈길과 발길을 잡았다.
오. 매력있다!
유기적인 형태와 소재의 대비가 형태와 디자인이 눈에띄었지만 굳이 건축가나 스튜디오를 찾아보진 않았다.아른헴에서 좋아하는/싫어하는 공공예술을 찾아오는 과제가 주어지기 전까지.
공공예술이라. 이 도시에서 내가 뭘 본 게 있었나. 이곳도 일상적인 공간이 된지 오래였고, 면밀한 관찰보다는 지나치면서 익숙해진 것들을 소비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시간을 내어 작품을 찾아다니진 못했고 몇달간의 앨범을 바삐 뒤졌다.
나도 모르게 마음에 닿았던 공간, 건축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지되는 공감각적 요소(맛,향,색,소리)에 집중하는 습관은 비교적 오래되었지만 공간의 거시적인 건축까지 확장된 건 근 1-2년이다.
대표적으로 4-5월 예정인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 코스를 짤 때도 빠질 수 없는 미식을 비롯해 좋아하는 건축가 알바로 시자와 프랭크 게리의 건축을 보는 의도가 반영될 예정인데.
아른헴으로 돌아와서 중앙역의 미학을 멈춰서서 관찰했던 날을 회상했다. 이 시공간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 기록했던 게 최근 좋아하는 건축의 결을 쫓았던 순간이었다니.
그리고 네덜란드 아른헴 센트럴역을 설계한 UN스튜디오가 한국3대 엔터사 중 하나인 YG 사옥을 전체를 디자인한 곳이었다.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사옥 디자인을 인상깊게 봤었다. 지역성과 고유성을 반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게 건축의 진정한 매력이 아닌가.
얼마 전 비슷한 걸 경험했다. 22년 부산 비엔날레에서 봤던 인상깊게 봤던 작가와 23년 가을 아인트호벤 Van Abbemuseum에서 가장 좋았던 작가가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 두 곳 모두 한 작가를 조명한 전시가 아니고 수십 명 중에 한 명이었다보니 작가의 이름이나 배경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
이 또한 과제를 하다가 기존 기록을 토대로 근 6개월 간 ‘영감을 준 예술가’가 누가 있을까를 찾다가 나온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원래 이해도가 높았던 다른 작가를 선택했지만, 작업하면서 자주 맞닿을 만한 이를 발견한 건 좋은 성과였다.
아차 싶었다. 2가지 칭찬과 2가지 반성을 얻었다.
의미가 있을까 의문을 던지면서도 멈추지 않고 따라가길, 나중에라도 기록을 연결하고 해석하길 잘했다. 동시에 무언가를 관찰할 때 대충 보고, 특정 계기가 없으면 기록을 홀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지런함과 게으름을 인지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피드백이었다.
즉각적 기록과 단계적 기록이 만날 때 취향의 발견이 시작된다. 결국 추적과 해석이 무수히 교차하면서 만들어지는 것들.
YG 사옥 (출처 : 아키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