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치열한 낭만

사막 위에 초를 피우며

by 인유연

현실을 사는 낭만 지향인의 삶은 몇 겹으로 두껍다. 일도 관계도 자기개발도 소홀하지 않으면서 사이사이 나의 낭만을 끼워넣자니 일상에 틈이 없다. 낭만은 꿈꾸는 순간의 여유나 자유로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나를 지키려는 치열한 싸움이다.


에너지를 배터리에 자주 비유한다. 20%에 빨간불이 켜지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이 필요하지만, 30에서 50 50에서 70이 되는 건 항상 나를 위한 조촐한 유난이었다. 알면서도 0이 될 때까지 멈추는 법이 없었다.


요즘 태우는 건 은은한 열정이다. 양초가 겹겹이 두꺼워졌는지 조금은 수명이 길어진 듯하다. 거창한 걸 어렵게 하기보다 가벼운 걸 쉽게 지속하자고 결심한다. 어느 쪽이든 부지런하긴 해야 한다. 소소한 걸 반복하기에도 버겁고 좋아하는 걸 파고들기에도 부족한 것을


움직이는 사치 부려보기, 뜨거운 여름일지라도.

땀이 나면 좋아하는 샤워로 씻어내고,

햇빛이 세면 까맣게 그을려보자.


이열치열 낭만주의자로 사는 2025년 8월 8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냉정과 다정 사이를 좁히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