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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Jun 23. 2024

친구야 내가 보고 싶어서 왔어?

바람이 불고
아이들을 위한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
코로나로 학교가 문을 닫았을 때 정명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했고,
한창 친구들을 사귀어야 할 때 집에 있어야 했다.

어느 날이었을까 정명이가 태권도에 가서 집에 없고,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어린이집 친구였던 아이가 가방을 멘 채 우리 집 앞에 와 섰다.
가방은 너무 크고 아이는 너무 작았다.
"정명이 있어요?"
"오, 정명이랑 놀고 싶어서 왔니? 곧 있으면 태권도 차를 타고 오는데.. 들어 와. 방에서 티브이 보고 있으면 올거야."
그후 집으로 돌아온 정명이는 집에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게 너무 기뻐서 맑고 투명한 침이 입술에 방울진 것도 모른 채 이렇게 말했다.

"친구야, 내가 보고 싶어서 왔어?"
그렇게 해서 철수(가명)는 매일 저녁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우리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정명이와 놀게 되었다.
어느 날인가 철수는 자신의 집으로 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명아, 나는 너랑 헤어지는게 너무 너무 싫다."

철수가 있어서 우리 둘, 정명이와 나는 쓸쓸하지 않았다. 매일 저녁 손님을 초대하므로 저녁시간은 늘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240번의 주말 식사시간 동안 우리 셋은 행복했다.
오늘 아이들에게 줄 닭곰탕을 준비하면서 나는 행복을 느낀다.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닭곰탕의 고기를 먹을 것이다. 나는 맥주를 홀짝이며 아이들과 함께 야구중계를 보겠지.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를 스친다.
kbs FM 라디오를 들으면서 닭곰탕이 끓어서 넘치지 않게 부엌 의자에 앉아 지키고 있다. 행복한 저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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