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요의를 느껴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엄마가 우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엄마의 잠자리가 불편한데는 없는지 침대 곁으로 다가가자 잠에서 깨어있던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은주야.
응.
난 죽어도 좋아. 젊은 사람들이 살아야지..
난 잠시 공백을 두었다가 엄마의 볼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정명이 대학 가는 건 보고 죽어야지.
엄마가 다시 답했다.
응.
에어컨 바람에. 목이 건조해진 나는 물을 마시다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물줄까?
응.
컵에 따른 보리차를 들고 가서 침대를 살짝 올려드리고 수저로 물을 떠드렸다. 엄마는 이젠 충분하다는 듯이 다시 잠이 들었다.
당이 오를까봐 조심스러웠지만, 낮에는 블루베리 치즈 케이크를 세 수저 드렸다. 마포보건소 간호사님이 방문하시자 사나운 뽀삐가 짖어대서 잠시 베란다에 가두었더니 엄마가 말했다.
뽀삐가 불쌍해.
가족단톡방에 '엄마 치매 아닌 것 같아'라고 이모티콘과 함께 내용을 공유했다. 치매약이 좋은가. 엄마의 회복력은 눈이 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