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엄마의 요양보호사입니다 20

by 이은주

번역을 하다 엄마의 마른 기침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입이 마른가. 침이 나오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도테라 오렌지 오일을 찻수저에 반쯤 따라 엄마에게 드렸다. 신맛이 나니 침이 나오겠지. 사과 작은 조각을 얇게 저며 엄마 입에 넣으드렸더니 침이 주루륵 턱을 타고 흐른다. 성공. 엄마의 침을 닦아주며 갓난아이가 침을 흘리며 깔깔 웃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침은 투명하고 건강을 상징한다. 엄마는 잇몸으로 사과를 씹는다. 침대 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작은 사건이 모여 엄마의 일상이 된다. 이제 과즙이 빠져나간 사과 조각은 입안에 거즈를 넣어 빼드려야 한다. 잘못해서 사레가 들리면 곤란하니까.

일본 이자카야 유산_서일본 편 번역이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요리책이 아닌 문학 작품으로 대했다. 일본의 음식 문화와 정서, 취향이 깃든 책이니까. 여행 가이드북처럼 필요할 때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심심할 때 아무 곳이나 펼쳐서 마음 속 짧은 여행을 다녀오며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행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도 언젠가 오키나와에 가서 <우리즌>의 요리를 앞에 두고 현지인과 섞여 알절구 불빛을 받으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일 꿈을 꾸게 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엄마의 요양보호사입니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