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같은 학생도 있는 반면 반대 성향의 학생도 있다. 뭐든지 빨리빨리 한다. 배우는 것도 빠르고 눈치도 빠르다. 이런 유형의 학생은 특히 초급에서 공부할 때 두각을 나타낸다. 나름 자신감도 있기 때문에 수업 중에 열의가 꽤 높다. 질문도 하고 대답하려고 애쓴다. 보통은 리더십도 있고 다른 나라 학생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려고 한다.
하지만 처음에 너무 달려서 그런지 금방 지친다. 어찌 보면 공부는 마라톤인데 100m 페이스로 달리다 보니 제 풀에 꺾이는 경우가 많다. 약간의 슬럼프를 거치고 나면 또 달린다. 이럴 때는 페이스 조절이 필수인데 의욕이 과하다 보니 본인이 주체가 안 되는 것 같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시험을 볼 때 특히 긴장한다. 말하기 시험을 볼 때 너무 많은 말을 하려고 하다 보니 정확성은 별나라로 가 버린다.
이런 학생에게는 진정하라고, 천천히 하라고 여러 번 다독여줘야 한다. 1학기가 10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대학교 어학원 과정에서 100m 달리기는 독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과 결이 다른 토끼 유형도 있다. 이른바 '잔머리'가 발달한 학생들이다. 무엇이든지 눈치껏 한다. 이런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는 꽤나 높다. 불행하게도 어디까지나 초급에 국한된다.
이런 학생들은 이해도는 높지만 안다고 생각해서 대충 하고 진득하게 연습하지 않는다. 그래서 초급에서는 유급을 하지 않다가 중급에서 계속 유급을 한다. 문장이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 모든 문장이 비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have p.p (현재완료) 알고 있다. 말하거나 쓰면 다 틀려서 그렇지...
인생이 공평해서인지 얄궂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운과 실력은 어느샌가 드러나고, 실력은 변하지 않지만 운은 지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한다. '잔머리'로 공부가 가능했다면 공부가 어려울 이유가 없다. 하긴 내가 그렇게 공부하고 있는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