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국어로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난다. 외국에서 살면서 6개월 정도 영어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그 나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국어를 사용했지만 소위 엘리트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였다. 계속 영어를 공부했지만 그전에는 영어에 대한 이해는 전무했다. 이해할 생각도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내 영어 공부의 시작은 그곳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영어 공부는 첫날부터 당황스러웠다. 인도 선생님이었는데 수업 내용 전부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라기보다는 음.... 알아들을 수 없었다. 100%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처음이었고, 나의 영어 실력은 그것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옆에 앉은 학생도 영어로 나에게 말하고 나도 영어로 말해야 했다. 그 당황스러움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같은 의미로 지금 나에게 처음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나와 같은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초급 1 수업을 할 때는 나도 초급 1 수준이 된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할 때도 "어제.. 무엇을... 했어요?"라는 식이다. 그럼 학생이 대답한다. "어제... 친구를... 만날.. 거예요." 음? 다시 배운 문법을 복습한다. 다시 질문하고 대답한다. "어제... 친구를... 만났어요."
질문과 대답은 더 이어지지 못하고 끝난다. 나의 영어와 같다. 당시의 당황스러움은 3개월 정도 지나자 익숙함이 되긴 했다. 하지만 중급에 갔을 때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매 한 가지였다. 중급 선생님은 영국 사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수업에 대한 고민은 안 했던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그냥 우리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수업이었다. 게다가 중급에 올라오니 애들이 공부를 안 하고 지들끼리 농담 따먹기만 하고 있었다.
경험은 시간이 지나자 공감의 도구가 됐다. 영어 학원에서 고급까지 하지 못하고 온 것이 좀 아쉽다. 그래도 어학원에서 고급 학생들을 보면 나도 비슷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