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관하여
2024년 11월 7일
지희야, 너의 한 달 넘게 쌓인 고민과 감정들이 글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어. 이번에 너의 팀에서 연이어 발생한 이별들이 정말 쉽지 않았을 거야. 함께 일하는 사람이 바뀌는 것은 업무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서적 기반이 흔들리는 일이니까.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을 텐데, 솔직히 털어놓아 줘서 고마워.
일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관계인 것 같아. 그중 큰 영향을 주는 건 동료와의 관계이지 싶어. 나의 커리어를 모두 통틀어 되짚어 봤는데, 관계만큼 나의 퍼포먼스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없는 거 같아. 그래서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거나 배울 점을 갖춘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해. 좋은 동료가 성장과 성공의 핵심이라고 믿거든.
네 편지를 읽으며, 나도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어. 회사가 길을 잃고 임직원들이 방향을 잃었을 때가 있었지. 누구나 멋지다고 말하던 비전도 있었고, 활기가 넘쳤던 시절이 있었기에 더 고통스러웠어. 효과를 바로 볼 수 있는 쉬운 길에는 대가가 따르잖아. 생존을 위해 잠시 비전을 등한시했던 때를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크게 남아. 하지만 그 과정을 겪으며 더 단단해졌어.
함께 일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잘 헤어지는 연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누군가와 헤어지고, 누군가의 빈자리를 메꾸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기에 내가 배운 것은 가족과 동료의 소중함이야.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위로가 참 감사해지지. "실패는 성공의 일부다."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겠지만, 그 과정을 건강히 이겨내기 위해 꼭 필요한 '공감과 위로'의 중요성을 잊지 말았으면 해.
쉬고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아 계속 무엇을 해야 하는 '슈드비 증후군'이라는 게 있데. 나도 요즘 이런 상태였어. 그래서 더욱 멈춤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너의 편지가 큰 울림을 주었어. 불안이 불안을 낳는 악순환 속에서는 실제보다 더 큰 위험을 느끼게 되지. 그럴 때 네가 말한 것처럼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잠시 떨어져서 바라보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해.
넘어져도 괜찮아. 잠시 쉬었다 일어나면 그만이야. 모든 게 리셋되어도 다시 중심을 잡고 달리다 보면 새로운 기회들이 찾아올 거야. 울어도 되고, 아파도 되고, 좀 헤매면 어때?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말도 있잖아. 나도 네가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 믿어.
이제 창을 열기 힘들 정도로 날이 쌀쌀해졌네. 온사케 한 잔 하면서 더 이야기 나누자. 그때까지 건강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