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래의 영상을 보시죠. 치와와와 함께 등장하는 남자는 폴 러그(Paul Rugg)라는 미국의 각본가이자 성우인데요.
그는 영상 속에서 "하루종일 연기하고 글을 쓰거나, 일을 한 뒤에 어떻게 쉬느냐"는 물음에 "자신도 많은 미국인들처럼 자신의 반려견을 쓰다듬는다"며 개를 쓰다듬을 때 인간에게 어떤 좋은 영향이 있는지를 열심히 설명합니다.
그런데 정작 옆에 있는 치와와는 폴 러그가 강아지 쓰다듬기 예찬을 하는 동안, 폴 러그의 손을 사정없이 공격하며 웃음을 자아냅니다.
미국에서는 '치와와는 공격적이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하는데요. 오죽하면 이런 밈(짤방)이 있을 정도입니다.
가장 공격적인 품종 순위 리스트에, 10위부터 2위까지는 "10.공격성 9.이란 8.타고나는 7.것이 6.아니라 5.훈련 4.된 3.행동 2.이다"라고 적어놓고 1위는 치와와라는 반전을 심어놓은 것이죠.
그런데 정말로 치와와는 공격적인 걸까요?
아주 엄밀하게 설계된 실험은 아니지만, 게임을 통해 강아지의 인지와 행동에 대한 패턴을 수집하고 평가하는 웹사이트인 도그니션(Dognition)에서 4,000명의 미국 시민들을 상대로 한 간접 조사에 따르면 정말 치와와는 공격적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그니션은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무작위적으로 샘플링된 실험군을 대상으로, 여러 상황 조건 아래 각자의 반려견들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미국에서 가장 흔한 35가지 품종 가운데 치와와가 가장 공격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난 것이죠.
이때 '상황 조건'이란 아는 사람과 처음 보는 사람, 아는 (사람)아이와 처음 보는 (사람)아이, 아는 개와 처음 보는 개, 자신보다 큰 개와 작은 개 등 여러 상황으로 이루어졌는데 치와와는 특히 "자신보다 크고 처음 본 개"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반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격성 자체를 평가하는 기준에 따르면, 치와와는 "종종 공격적인" 편에 해당하며 치와와가 상대적으로 공격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다른 품종들(특히 퍼그, 콜리, 킹 찰스 스패니얼)이 워낙 온순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물론 앞서 보신 사진 내용대로, 강아지의 공격성이란 개체별, 상황별, 사회화 수준별로 편차가 큽니다. 또한, 미국과 우리나라는 지리적 거리는 물론 품종분포나 유전적 조성, 반려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결과를 그대로 가져와 '치와와라는 품종 자체가 공격적이다'라는 편견을 정당화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직업적으로 여러 품종을 겪게 되는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결과라는 생각은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치와와는 정말 '경험적으로 볼 때' 까칠한 종이었나요?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에디터 김승연 <ksy616@inb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