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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테드 Aug 17. 2020

취미로서 요리에 대한 단상

집에서 뵈프 부르기뇽을 만든 이야기


뭔가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나를 되돌아봐야 할 때 꼭 요리를 하는 것 같다. 종종 명상이랑도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요리를 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배는 많이 고프지 않다. 그래서 종종 음식을 나눠 먹는다. 요리는 요리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행위다.


요리는 짧은 기간 동안 혼자서 하는 작은 프로젝트다. 디테일도, 목표치도 오롯이 내가 정할 수 있다. 이번 요리는 목표를 조금 높게 잡아봤다. 뵈프 부르기뇽.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요리에 디테일도 많았지만, 한 번 먹어봤던 맛에 집중하며 그냥 적당히 취할건 취하고 버릴건 버렸다. 역시 요리는 과학보다는 문학일 때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리는 오롯이 눈앞에 집중할 수 있는 행위이다. 채소를 썰 때는 손이 다치지 않게 칼에 집중한다. 프라이팬에 고기를 볶을 때는 타거나 눌어붙지 않게 집중한다. 냄비에 재료들을 섞어서 와인과 함께 졸일 때는 각각의 재료들이 존재감은 내면서도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준다. 모든 행위에는 각각의 의미가 생긴다. 경험은 의미를 만들어주고, 각각의 행위는 이전의 경험들과 인사이트가 차곡차곡 만들어낸 집합이자 결과로 나타난다. 


요리는 큰 리스크가 없다. 물론 재료비는 아프다. 카드값도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 화상이라도 입으면 몸도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손에 입은 화상이나 절상은 영광의 상처이자 훈장 같기도 하다. 내가 이렇게 요리를 많이 했다고 하는 하나의 증거물이 되어준다. 



요리는 결과물이 남는다. 맛이 있건 없건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완성돼서 내 눈앞에 결과물이 보인다. 아쉬운 것은 다음번에 보강하면 되고, 좋았던 것은 기억해둔다. 이렇게 또 요리 실력은 고드름에 물방울 떨어지듯이 살짝 좋아졌을 거라 생각한다.


요리라는 취미 덕분에 어제오늘 나는 또 하나의 작은 프로젝트는 잘 풀었다. 뵈프 부르기뇽…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요리는 내 경험으로 쌓일 것이고, 내일의 나를 또 다른 프로젝트를 잘 해결해낼 수 있는 나로 만들어줄 것이다. 그냥 그거로도 됐다.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취미로서요리는너무나좋은것이다 #아무도내가에세이는안쓸것같다길래에세이도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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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v가 홍보하라고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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