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 연 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테드 Dec 16. 2019

오, 연남/UNICUS_05

[샤인] 아인슈페너를 통해 배우는 조화로운 삶

오, 연남!

어쩌다 연남에서 살게 된 다섯의,

로컬 맛집 리뷰 프로젝트


첫번째 공간 / 카페 우니쿠스(UNICUS)

Photo (c) 2019, SHINE
아인슈페너, 달콤하고 쓴 인생 같은 맛


인생이 달면 술이 쓰고, 인생이 쓰면 술이 달다고 했던가. 술맛을 잘 모르는 나는 아인슈페너에서 인생의 맛을 느낀다. 하얗게 올린 첫 크림의 맛은 달고 그 뒤로 넘어오는 까만 커피는 유독 더 씁쓸하게 느껴지지만, 결국엔 두 맛이 조화를 이루며 마무리되는 아인슈페너를 좋아한다.


아인슈페너(einspanner)는 '말 한 마리가 끄는 마차'라는 뜻의 독일어에서 유래했다. 옛날 오스트리아 빈의 마부들이 마차를 몰며 한 손에는 고삐를 들고 한 손에는 피곤을 풀기 위해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얹은 진한 커피를 마신 것에서 아인슈페너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흔들리는 마차 위에서 커피를 마시면 커피가 넘치기 마련이다. 한겨울 뜨거운 커피를 마시다 흘리는 것을 방지하고 덤으로 커피의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커피 위에 생크림으로 덮은 것이 아인슈페너이다.


Photo & Graphic (c) 2019, SHINE


아인슈페너에는 단 크림을 올리기 때문에 일반적인 아메리카노보다 좀 더 쓰다. 보통은 단 커피를 좋아하는 나지만, 가끔은 쓴맛이 필요할 때면 아인슈페너를 마시곤 한다. 우니쿠스에서 아인슈페너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 위에 사장님이 직접 크림을 치고, 그 위에 시나몬 가루와 오렌지 필을 올려 내어 주신다. 달고 씁쓸한 맛을 감싸는 상큼한 오렌지 향이 우니쿠스 아인슈페너의 포인트이다.


Photo (c) 2019, SHINE


우니쿠스 커피에 처음 간 날은 조금은 감상적인, 겨울비가 내리던 주말이었다.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 나무 천정이 그대로 드러난 작지만 차분한 공간, 아늑한 느낌이 내 마음을 무장 해제시켰다.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마음속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첫 방문 이후로 우니쿠스 커피는 나의 새로운 아지트가 되었다.


아인슈페너를 처음 마셨을 때는 요령이 없어 달달한 크림만 먹다가 쓴 커피로 입가심을 하거나, 쓴 커피만 들이켜다 크림이 남곤 했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 적절하게 크림과 커피를 섞어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컵을 입을 대고, 입가보다 조금 높이 들고 마시면 커피와 크림을 함께 입으로 들어온다. 


아인슈페너를 조화롭게 마시는 방법을 배운 것처럼 어떤 날은 달고 어떤 날은 쓴 인생을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Photo (c) 2019, SHINE



[오, 연남 다음 매거진]


오, 연남/프롤로그_00

오, 연남/UNICUS_01 [수지]

오, 연남/UNICUS_02 [난희]

오, 연남/UNICUS_03 [테드]

오, 연남/UNICUS_04 [빼미]

오, 연남/UNICUS_05 [샤인]




매거진의 이전글 오, 연남/UNICUS_0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