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역동적이되 단순히 스스로 새롭게 보충해 나가는 자동기계는 아니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이 최신 사건을 기억하면서 이전의 기억에 이를 덧붙여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자기도 모르게 발휘하지 않는가. 요컨대 우리는 인과관계의 사슬 속에서 기억을 끄집어내고, 무의식적으로 이를 수정해 나간다. 우리는 새로 발생한 사건까지 감안하여 논리적으로 들어 맞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 짓기를 되풀이한다. 뇌의 특정 부위가 더욱 강하게 활성화되면 연결망이 두터워지는데, 이렇게 해서 기억이 견고해진다. 활성화가 될수록 기억은 더 명료해진다. 이런 과정을 ‘반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기억이 견고하고 불변이며 서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고 믿지만, 이는 사실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야기 짓기에 들어맞는 쪽으로 정보를 사후에 선택함으로써 기억이 더욱 생생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어떤 기억들은 만들어진 것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