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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문일침

속마음

by 파르헤시아

똥을 푸는 자는 그 악취를 싫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익을 도모하기 때문에 참는 것이며,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는 자는 그 교만을 싫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익(利益)을 바라기 때문에 감수하는 것이다. 지금 신분이 높은 자에게 아첨하는 것을 보고 치욕스러워하지 않는 것을 비루하게 여긴다면, 이는 똥을 푸는 자를 보고 악취를 모르는 것을 괴이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모셔 받드느라 분주한 것은 사랑해서가 아니며, 멀리하고 배척하여 관계를 끊는 것은 미워해서가 아니다. 옳다고 하거나 칭찬하는 것은 흠모해서가 아니며, 그르다고 하거나 비방하는 것은 원망해서가 아니다. 이는 모두 이익이 되는지를 보는 것뿐이다. 사람의 겉으로 드러난 후한 모습과 깊은 정(情)은 비록 진심에서 나온 것 같아도 그 속마음은 알 수 없다. 오직 군자만이 의리로 이익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말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표리가 같으니, 남들에게 신뢰를 받는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기뻐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노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여 속마음을 숨기고 가식적인 얼굴로 오직 이익만을 보고 달려가면서도 오히려 시치미 떼고 겉을 가리고자 한다. 그러나 그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것이 군자를 속이기는 어렵고 사람들을 속이기는 쉽다. 만일 속는 자와 속이는 자가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면 아무리 미리 억측하는 데 뛰어나다 하더라도 반드시 소인(小人)의 간계에 빠질 것이니, 어떻게 미리 깨달을 수 있겠는가. 저 얼굴빛은 근엄하지만 마음이 나약한 자는 늘 이익에 유혹되기 때문에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의심하고, 믿지 말아야 할 것은 믿는다. 이는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으니,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둑에 비유한 성인의 말씀이 어찌 나를 속인 것이겠는가.


-윤기(尹愭 1741~1826),『'이설'(利說)/무명자집(無名子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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