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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문일침

이중사고

by 파르헤시아

지금 진실한 것은 영원히 진실하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이치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이 말살시키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이를 '현실제어'라 칭했는데,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한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 진실을 훤히 알면서도 교묘하게 꾸민 거짓말을 하는 것, 철회된 두 가지 견해를 동시에 지지하고 서로 모순되는 줄 알면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믿는 것, 논리를 사용하여 논리에 맞서는 것, 도덕을 주장하면서 도덕을 거부하는 것, 민주주의가 아닌 줄 뻔히 알면서 당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믿는 것, 잊어버려야 할 것을 무엇이든 잊어버리고 필요한 순간에만 기억에 떠올렸다가 다시 곧바로 잊어버리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 자체에다 똑같은 과정을 적용하는 것. 이런 것들은 지극히 미묘하다. 의식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빠지고, 자신이 방금 행한 최면 행위에 대해서까지 의식하지 못하는 격이다. 그래서 ‘이중사고’라는 말을 이해하는 데조차 이중사고를 사용해야만 한다. 모든 것이 안개 속처럼 희미했다. 과거는 지워졌고, 지워졌다는 사실마저 잊혀서 허위가 진실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자신이 정신병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 자신이 잘못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서운 것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죽이는 게 아니다. 그들의 견해가 옳을지도 모른다는 게 무서운 것이다.


-조지 오웰, 『1984』 (정회성 옮김, 민음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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