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얼굴을 통해 세상을 마주한다. 얼굴에는 나이와 성별이 새겨져 있다. 생각과 의도뿐만 아니라 다윈이 묘사한 솔직하고 원초적인 본능적 감정뿐 아니라 프로이트가 묘사한 숨겨지거나 억압된 감정까지도 얼굴에 다 드러난다. 우리가 비록 멋진 육체, 즉 팔과 다리, 가슴, 엉덩이를 동경할지라도 미학적 관점에서 '아름답다'거나, 도덕적 또는 지적인 관점에서 '훌륭하다' 또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한 개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얼굴이다. 얼굴에는 우리의 경험과 성격이 새겨져 있다. 마흔 살이 되면 사람은 마땅히 누려야 할 얼굴을 갖게 된다고 한다. 얼굴 인식은 얼굴의 시각적 요소, 즉 개별적인 특징 및 전체적 형태를 아울러 분석하고 다른 얼굴들과 비교하는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얼굴과 관련한 기억과 경험, 감정을 환기하는 능력까지도 필요한 활동이다. 특정 장소나 얼굴을 인식하는 것은 특별한 감정, 연상과 의미와 함께 이루어진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는 모두 눈이 멀었다.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마음의 눈(The Mind's Eye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