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은 정신을 사로잡는다. 배고픈 사람들이 오로지 음식만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어떤 종류의 결핍을 경험할 때마다 그 결핍에 흡수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때 정신은 충족되지 않은 그 필요를 자동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추구한다. 배고픈 사람에게 그 필요는 허기를 달래 줄 음식이고, 바쁜 사람의 필요는 빨리 끝내야 하는 어떤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돈에 쪼들리는 사람의 필요는 이번 달 방세일 수 있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마음을 함께 나눌 동반자 의식이다. 결핍은 어떤 것을 매우 적게 가질 때의 불쾌함 그 이상이다. 결핍은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결핍은 사람의 정신을 그 자신의 무게로 무겁게 짓누른다. 주의를 사로잡은 결핍은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 혹은 그 대상의 속도를 인식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핍의 덫은 하루하루 급한 불을 끄느라 터널링에 빠져서, 당장은 보이지 않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일을 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를 바꾼다면 우리는 빈곤의 논리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집중'은 긍정적이다. 결핍은 우리로 하여금 현재 가장 중요해 보이는 것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터널링'은 긍정적이지 않다. 결핍은 사람들로 하여금 터널링을 유도해서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다른 것들을 무시하게 만든다. 결핍은 기본적인 속성상 여러 중요한 근심거리가 다발로 한데 뭉친 것이다. 결핍은 단지 실패를 해도 괜찮은 여유가 적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수를 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핍의 심리는 터널링에 대비하고 다른 중요한 일을 무시하지 않도록 차단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즉, 단 한 번의 터널링이 일어나는 순간 나쁜 선택들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도록 설정하고, 좋은 행동들은 경계를 거의 요구하지 않는 대신 가끔 재평가만 하도록 조정해야 한다. 이것이 결핍의 심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센딜 멀레이너선/엘다 샤퍼,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이경식 옮김, 빌리버튼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