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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문일침

인간의 세 가지 즐거움

by 파르헤시아

문을 닫고 마음에 맞는 책을 읽는 것, 문을 열고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 문을 나서서 마음에 맞는 자연의 풍경을 찾아가는 것, 이 세 가지야말로 인간의 세 가지 즐거움이다. 독서는 이로움만 있고 해로움은 없으며, 시내와 산을 사랑하는 것은 이로움만 있고 해로움은 없으며, 꽃ㆍ대나무ㆍ바람ㆍ달을 완상(玩賞)하는 것은 이로움만 있고 해로움은 없으며, 단정히 앉아 고요히 입을 다무는 것은 이로움만 있고 해로움은 없다. 표현하고 싶은 생각을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말하지 말아야 할 때 그치는 것은 천하의 지언(至言 지극히 옳은 말)이다. 그러나 표현하고 싶은 생각을 다 말하지 않고 그치는 것은 더욱 지언(至言)이라 할 것이다. 일은 마음에 흡족하게 될 때 전환할 줄 알아야 하고, 말은 자기 뜻에 차게 될 때 머물러 둘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허물과 후회가 자연히 적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음미할 것이 무궁무진하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모든 병을 고칠 수 있으나 속물의 기운(俗氣)만은 치유할 수 없다. 속기(俗氣)에 찌든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오직 책밖에 없다. 군자(君子)는 사람들이 감당해내지 못한다고 모욕을 가하지 않고, 무식하다고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다. 때문에 원망이 적은 것이다.


-신흠(申欽 1566~1628), '야언(野言)', 『상촌집(象村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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