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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순유 Aug 12. 2021

네,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골프 연습장을 선택하는 것도 고민이로군!

더는 미루지 말자, 일단은 배워보고 판단하자, 도대체 골프가 뭐길래 다들 입을 모아 추천을 하는 것인가?

나는 골프의 세계에 입문하기로 마음을 먹고 3월의 어느 주말 동네 골프연습장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먼저 옛날 옛날 내가 PT를 받았던 나름 그 당시에는 고급스러운 짐이었는데 10년이 지나니 쾌적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전, 오후 시간대에 따라 두 명의 레슨 프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레슨이 없는 요일도 있었다. 설명을 듣는 동안 깔끔하게 패스!' 결론을 내렸다. 다음은 아파트 상가에 있는 연습장이었다. 남편도 몇 년 이용했던 곳이라 가장 유력했던 후보지였다. 집에서 2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로 접근성이 가장 좋았고, 기본 한 시간이라고는 하나 이용자가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더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었다. 동시에 가장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한 아파트에서 20년을 살았으니 동네에는 '아주 친한 사람, 조금 친한 사람, 인사만 나누는 사람, 누군지는 아는데 아직 인사까지 못 튼 사람, 애매하게 관계된 사람 그리고 아주 일부의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니 집 앞 연습장을 이용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아는 사람들과 마주친다는 이야기였다.

운동이라는 게, 특히 동네에서 하는 운동이라는 게 이렇다고 들은 적 있다.실컷 땀 빼고는 '점심 먹고 들어가자.' 하거나 부지런히 운동 나왔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오늘은 그냥 커피 한 잔 할까?' 하면서 흐지부지 된다고. 물론 운동도 하고, 밥도 먹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풀코스를 즐긴다면야 무척 즐거운 일과이겠으나…… 나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해야 할 일도 많고, 굳이 그렇게 만나지 않더라도 시간이 없어 못 만나는 친구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괜히 어설프게 안답시고 오며 가며 이 사람 저 사람이 훈수 두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 여기도 패스.

그리고 두어 군데를 더 방문해 상담을 받은 후에 최종적으로 결정을 했다.

시설이 깔끔한, 여러 명의 레슨 프로가 계시는, 예약과 취소가 어플로 가능한 연습장. 그런 곳은 당연히 비용이 조금 더 들고, 레슨 시간이 짧으며, 집에서 차로 15분이나 가야 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오케이! 괜찮아. 나의 첫 골프 연습장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을 것 같았고,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주 만족하며 곧 기간 연장을 할 예정이다.


 연습을 갔다. 골프는 태어나 처음인 데다가 운동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새하얀 도화지에 완전 처음부터 그려야 하는 일이었다.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골프 룰이나 매너, 경기방식이나 유명한 선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있지만 나에게는 타이거 우즈, 박세리의 이름 정도가 전부였다. 그것 말고는 아는  하나도 없었다. , 그럴 수도 있지.  알고    알면 뭐하러 배우나.(......라고 하기에는 4개월 동안 우리 선생님이 너무너무 기가 막혔을 것이고, 답답했을 것이며, 내가 이딴 학생 가르치려고 프로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을 느꼈을  뻔하다. 하지만 확실한  하나는...... 어설픈 몸짓과 모자란 이해력으로 많이 웃겨드리기는 했다 T.T)


가끔 몇 달 전 연습 동영상을 다시 볼 때가 있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영상도 있고, 기계에 자동적으로 저장된 영상도 있는데 다시 볼 때마다 느끼는 건...... 누가 볼까 무섭구나, 멀쩡한 인간이 이렇게 모자라 보일 수도 있구나, 이랬던 내가 라운딩을 나가다니! 사람 됐구나 그리고 나는 참 성실한 사람이었구나...... 등이다. 레슨을 받고 혼자 연습을 할 때마다 '이게 뭐 하는 거지?', '이렇게 해서 어떻게 공을 치라는 거지?', ' 이게 도대체 뭘 위해 하는 연습인 거야?' 싶었던 날이 많았지만 혼자 조용히 다니는 나는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으니 시간 때울 일도 없고, 맞든 틀리든 되든 안되든 그냥 묵직하게 해보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도 나는 머리 움직이지 않기, 공 끝까지 보기, 몸 먼저 회전하기 등등 처음과 다를 바 없는 기본을 배우고 있다. 모든 일에는 기본이 있는 법이다. 20여 년 전 나의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발음과 발성에 쏟았던 시간들을 생각해보니 납득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결국 '발음과 발성'이라는 그 기본은 누군가에는 주 무기가 되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발목을 잡는 복병이기도 했다. 이처럼 기본이라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든 말 그대로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그 쉬운 게 안되냐고요!!!

머리를 박으라고요!

공을 끝까지 보라고요!

몸통을 먼저 회전하라고요!

괜찮아요, 언젠가는 되겠지요^^


#골프 #골린이 #어쩌다골프 #골프에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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