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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순유 Aug 13. 2021

혼자 연습하고 함께 즐기는 골프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운동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기 마련이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고,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맛집 투어를 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함께 모여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보러 다닌다. 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에 술을 더하고 음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만남을 으뜸으로 친다. 일석삼조라고나 할까. 아니 꼭 그렇게 의도하지 않더라도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결국 좋아하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니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밖에.


골프를 시작해 어설픈 폼을 반복하면서 제일 많이 든 생각은 '이게 맞는 건가? 이렇게 해서 어떻게 공을 칠 수 있다는 거지?' 머리는 온통 의심뿐이었다. 한 달쯤 되었을 때였나, 나는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SNS에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셨다. '오호! 드디어 시작했구나!', '처음엔 지루하죠? 나중엔 헤어 나올 수 없을 거예요!', '빨리 배워서 같이 필드 나가요!', '와! 골프 멤버 하나 더 생겼네. 얼른 나가자!' 등등...... 온 우주가 나의 골프 라이프를 기다렸다는 듯이 응원을 보내왔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그 격려가 무슨 말인지 몰랐고 내가 골프를 시작한 게 왜 그들에게 반가운 일이며, 때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마저 나를 응원할 수 있단 말인가! 의아할 뿐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이제 다섯 번의 라운딩을 다녀와 본 후 느낀 건 내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던 건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골프를 시작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나와 그 친구, 그리고 우리 둘이 골프를 시작하는 데에 있어서 결정적인 자극이 되었던 또 다른 친구까지...... 우리 셋은 아침마다 톡으로 골프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른 아침 연습장 오픈 시간에 연습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선생님은 멀쩡하게 가르쳤는데 내가 하면 슬랩스틱이 되는 희한한 장면들을 나눠보며 아침마다 낄낄거렸다. 그리고 하루 중 가장 피곤하거나 무기력할 때 그 톡을 다시 읽으며 또 한번 배꼽을 잡고 웃곤 했다.

SNS를 보고 선물을 보내준 친구도 있었다. 졸업한 후 한 번도 연락을 주고받은 적 없던 초등학교 동창인데 지금 골프공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며 무려......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골프공과 드라이버 커버를 회사로 보내주었다. 아...... 더욱 분발해서 놀아야겠구나! 다짐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도 연락이 닿았다. 왜 그런 사이들 있지 않나. 자주 연락할 일이 없어서 그렇지 언제든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사이. 한때는 매일 같이 얼굴 맞대고 일했던 사이. 심지어 그들 중에는 골프 유튜브나 골프 프로그램을 만드는 동료들도 있었다. '부지런히 연습해 놔요. 내가 다음번 골프 프로그램 준비할 때 모르는 척하기 없기다!' 엄청 크게 웃었다. '요즘 골프 잘 치는 젊은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과연 그러실 필요가 있겠나!'라고 대답하면서 그것만으로도 흐뭇했다. 젊은 한때를 함께 했던 나의 시절 인연들과 다시 자연스럽게 연락이 닿는 일은 골프가 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운동이라고는 돈 주고 하라 해도 시큰둥할 내가 이토록 낄낄대며 연습하는 걸 보며 '나도 해볼까 봐.'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나는 적극 추천하면서도 몇 가지 얘기를 덧붙인다. 그중 '비슷한 시기에 같이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 주변에 같이 라운딩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 이 얘기를 빠뜨리지 않는다. 언제까지 연습을 해야 첫 필드를 나갈 수 있다는 공식이 있는 게 아니라서 누군가 옆에서 끌어주고 밀어주지 않으면 그 타이밍을 스스로 잡기가 어려울 것이고, 주야장천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 골프의 재미를 계속 이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므로. 그러고 보면 나보다 3주 먼저 시작해 나의 쌩초보 시절을 함께 보내준 친구가 있었......(안타깝게도 그는 중간에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입원과 치료와 재활의 과정을 지나는 중이다. 다시 돌아오라!) 다는 점과 영원히 준비가 안될 것 같은 나에게 '3개월 배웠으면 이제 나가보자.'라며 적극적으로 날짜와 장소를 잡아준 고마운 친구들이 있었다는 점, 해도 해도 안 느는 것 같고 뭘 해도 창피했던 3개월 차 학생에게 '계속 실내에서 연습만 하다 보면 질릴 수 있어요. 날씨 더 더워지기 전에 친구들하고 나가보세요. 새벽 공기도 맡아보고 그늘집도 가봐야죠. 앞으로 해볼 게 많아요.' 했던 선생님의 응원이 있었다는 점도...... 지금 와 생각해보면 고마운 일이다. 참으로 복도 많지^^


골프는 철저히 혼자 연습해야 하는 외로운 운동일 수 있다. 동시에 절대 혼자서는 즐길 수 없는 운동이기도 하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위해 외로운 연습을 감수해야 하는 골프. (이렇게 쓰고 보니 뭐 대단히 오래 해온, 꽤 잘 치는 골퍼라도 된 듯하네요. 저는 그저 4개월이 조금 넘은...... 골린이입니다만;;)


#골프 #골린이 #어쩌다골프 #골프에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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