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가 되어볼까요? / You've got a friend
반백 년 가까이 살았으면서도 '처음', '첫'이라는 수식어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수천 회의 생방송을 했으면서도 언제나 새 프로그램의 첫날은 긴장의 연속이죠.
2022년 10월 24일 월요일. 이날은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낯선 제작진 앞에서 잘할 수 있을까,
그동안 해오던 가요 프로그램도 아니고 클래식도 아니고 팝 프로그램이라니!
게다가 20년 넘게 해온 방송 중에 심야 프로그램은 없었네? 어이쿠야! 전국 방송이라니!!'
등등......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솜사탕처럼 커져만 갔어요.
그때 예전 프로그램부터 저를 응원해주시던 한 청취자가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순유 씨는 그냥 하던 대로만 하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합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언젠들 100% 나의 힘으로 만들었던가?
나는 판을 짰을 뿐이고, 그 판을 채우고 놀아준 건 나의 청취자들이었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그리고 그때부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새로운 작가님은 나의 첫날... 어떤 오프닝으로 이야기를 열어주실까?
그 오프닝에 나의 새로운 피디님은 어떤 노래로 문을 열어주실까?'
밤 10시가 되었고
아직은 귀에 익지 않은 시그널 음악이 흘러나왔고
23년 차 방송인에게는 낯선...... 떨리는 오프닝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울려 퍼진 첫 곡은 바로 이 곡이었어요.
James Taylor - You've got a friend
When you're down and troubled
네가 지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And you need a helping hand
그리고 사랑의 보살핌이 필요할 때
And nothing, oh nothing is going right
그리고 모든 일이 엉망일 때 말이야
Close your eyes and think of me
눈을 감고 내 생각을 해봐
And soon I will be there
그러면 곧 내가 거기 있을 거야
To brighten up even your darkest night
너의 그 암흑 같은 시간을 밝혀주기 위해서 말이지
You just call out my name
너는 그저 내 이름을 부르면 되는 거야
And you know wherever I am
알지? 내가 어디에 있든지
I'll come running to see you again
너를 다시 보기 위해서 달려갈 거야
Winter, spring, summer or fall
겨울, 봄, 여름 그리고 가을 언제든지
All you have to do is call
나를 불러
And I'll be there, yes I will
그러면 내가 거기로 달려갈 거야
You've got a friend
너에게는 친구가 있잖아
그래요. 이제 우린 친구가 되었어요.
좋은 일은 마음껏 자랑도 하고, 나누고 슬픈 일은 같이 털어내고, 서로를 응원하면서
우리 그렇게 좋은 친구가 되기로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
매일 밤 10시, 낭만이 있는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