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아파봤니?
운동이라고는 전혀 관심 없던 내가, 심지어 하루 걸음수 300보도 안 되는 날이 수두룩한 내가, 매일매일 골프연습장을 다닌 지 2개월이 넘어갔을 무렵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한 친구가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는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골프채에 맞았어?'라고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숨을 잘못 쉬었다나 뭐라나...... 그게 말이 되나?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 없이 단지 호흡을 잘못해서 갈비뼈에 실금이 간다고? 그런데 사실이었다. 그즈음 또 다른 지인도 몸통에 압박밴드를 칭칭 감고 나타났다. 이유는 같았다. 스윙을 할 때 숨을 잘못 쉬어서 갈비뼈에 금이 갔다고. 정말 믿을 수 없었지만 같은 시기에 둘 씩이나 인증이라도 하듯이 나타났으니 안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겁 많은 나는 '그럼 나는 숨을 잘 쉬어야겠다. 호흡 박자를 잘 맞춰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연습에 집중을 하는데,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나는 숨을 쉬지 않는 것이었다. 어드레스를 하고 백스윙을 하고 빵! 하고 클럽을 날릴 때까지 나는 숨을 쉬지 않았다. 그 사실을 몇 달만에 알다니! 너무 어처구니없어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그런데요...... 숨은 언제 쉬어야 하나요?"
"네? 이제껏 숨을 안 쉬었다고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선생님은 말문까지 막혀버렸다.
나의 아픔은 호흡이나 갈비뼈의 문제가 아니었다. 석 달쯤 지났을 때였나,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시큰거리고 아프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연습을 할 때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으니 아픈 것도 모르고 있다가 다른 일을 하거나 잠자고 일어났을 때 주먹을 쥐기 아플 정도로 통증이 느껴졌다. '아~~~ 아~~~ 아~~~' 아니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똑딱이 하는 수준이면서 무슨 손가락까지 아프고 난리. 마침 동네에 깔끔하게 새로 생긴 정형외과가 떠올라 나는 용기 내어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손가락 아픈 부위를 몇 번 만지시더니 "골프 시작하셨어요?" 대뜸 알아차리셨고, 아직 골프라고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인 나는 그저 끄덕끄덕.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다. 체외충격파는 초음파를 이용해서 충격파를 체외에서부터 아픈 부위까지 전달하는 치료법인데 신기하게도 통증이 없는 부위는 지나가도 전혀 느껴지는 게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아픈 부위, 그러니까 왼쪽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지나갈 때면 정말 누가 조각칼 같은 도구로 내 뼈와 근육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아픔이......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야 말았다.
아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앙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래, 아프니까 골린이다.주 3회, 주 4회씩 필드 나가고 틈만 나면 스크린과 인도어에서 연습하는 내 친구들은 아프지 않고 잘만 치던데 내가 뭘 했다고! 아니 아니, 그래서 아프니까 골린이라고! 디행히 체외충격파 3회 정도의 치료로 손가락 통증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그렇게 골프를 시작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한 번도 줘 본 적 없는 골프채를 휘두르며 있는 힘껏 내리치는데 힘이 안 들어갔을 리가 없지. 그래그래, 없던 힘도 영혼까지 끌어다가 쳤을 거야. 그러니 아팠겠지. 시간이 지나고 근육이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닐 일.
맞다 맞아, 아프니까 골린이다. 세상의 골린이들이여, 그대들은 어디까지 아파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