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하하하하 Dec 11. 2018

프로 사부작러의 영화 보기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는 거 맞지롱

직장인일 때는 황진이의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처럼 시간을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 내가 원할 때 “굽이굽이 펴”고 싶었다. 백수 때는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다. 다만 금전적으로 궁핍할 뿐.

요즘엔 스트리밍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 월정액으로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준비물은 간단하다.

준비물 : 스트리밍 서비스(올레TV, 왓챠, 넷플릭스 등), 누울 곳


이렇게 준비를 해도 막상 영화를 보려면 이건 봤고, 저건 봤고 등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누구인지,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인터넷만 검색해도 쭉 나열되어 나온다. 유명한 비포 시리즈(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만들었고, “에브리바디 원츠 썸”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영화 중 안 본 게 있는지 재확인하면서 볼 영화를 고르는 재미가 있다.

조진웅이 출연한 영화를 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내가 조진웅을 알기 전에 그가 단역으로 출연했을 법한 영화를 보게 되면 그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전엔 신하균을 좋아해서 신하균이 나온 영화는 열심히 찾아보았다. 가끔 그 시절의 감성이 그리워져 다시 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보면 자신에게 맞는 영화 한두 편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 다시 앞서 했던 것처럼 가지치기를 시작한다.

‘영화만 보기에 지겹지 않을까, 뭔가 남는 게 있었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사람에 좋은 팁이 있다. 대학교 영화 관련 교양 수업 때 교수님이 소품에 초점을 두며 리뷰 쓰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나는 그 설명을 듣고 영화 “멋진 하루”의 리뷰를 과제로 제출했다. 그때 초점을 둔 소품은 와이퍼였다. 초반에 와이퍼는 고장 났다. 마치 희수(여자 주인공)의 마음처럼. 헤어진 지 한참 지난 전남친(병운)에게 빌려줬던 돈을 받기 위해 등장한 희수는 매우 신경질적으로 보였다. 러닝 타임이 끝에 다가올 때쯤 병운은 희수의 차 와이퍼를 고쳐준다. 그녀는 처음보다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와이퍼에 희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더불어 내 점수도 만족스러웠다. 그때부터 영화를 보면 리뷰를 쓰고 싶단 생각에 내 손가락이 간질간질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분 좋은 나들이,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