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바다유리 1개를 주웠습니다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보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입을 반쯤 벌리고 우와 하고 놀랄 뿐이다. 나 나름 주관이 하나 있는데 자연과 사람이 대결한다면 이기는 건 자연이라 생각한다. 제아무리 인간이 난다 긴다 해도 인간보다 훨씬 오래 존재한 자연에게는 잽이 안 될 거다. 그리고 인간이 환경 파괴를 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기에 더욱이 자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결국 승리자는 자연이다.
그러한 이유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좋아하는 나는 자연에 대해 자연스레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환생하게 되면 물고기로 태어나 맛있는 죽음이 되는 게 소원이다. 그런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환경은 보호되어야 했다. 물고기로 다시 태어날 수가 없다면 큰일이다. 그런 불상사는 없도록 바다 오염을 막아야 한다.
2018년 10월 초, 나는 친구 세 명과 함께 속초로 놀러 갔다. 가을이라 바닷바람이 쌀쌀했고 해수욕장에서 수영하기엔 바닷물이 꽤 차가웠다. 그래도 바다를 보고 있는 게 너무 좋았기에 다른 친구들은 1박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하루 더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 외옹치 해변에 앉아 바다를 즐겼다. 조개를 주워 그리기도 했고, 바다를 보며 사진도 몇 방 찍으니 코끝이 차가웠다. 배에선 꼬르르륵 신호를 보냈다. 속초 해수욕장까지 걸어가면 먹을 때가 있을 거란 생각에 바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냥 걷는 건 또 심심하니 바다유리를 주웠다.
준비물 : 바다유리를 담을 주머니, 시력
속속 조개와 모래 사이에서 보이는 바다유리! 우리 아빠는 스누피 틀린 그림 찾기 달인이었다. 나는 아빠의 딸이다. 이 정도는 껌이었다. 손톱의 때처럼 작은 것도 보였다. 한 손 가득 주웠는데도 내 눈엔 계속 바다유리만 보였다. 담을 봉지를 찾았지만 마땅한 것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안 신은 양말 한쪽에 넣고 또 반짝이는 보물을 찾았다.
그러다가 플라스틱 쓰레기가 보였다. 스티로폼이 모래사장을 누비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걸 물고기가 먹고, 그걸 먹은 물고기를 내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스티로폼도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드디어 속초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뱃가죽이 등에 붙어 있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뭘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싶다는 욕망에 30분이나 주변을 서성거렸고 바다유리를 담은 양말이 꽤 묵직하니 배는 고팠어도 마음은 든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