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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하하하 Dec 10. 2018

기분 좋은 나들이, 국립현대미술관

백수에게도 문화생활을!

게으름이 가장 큰 적이다. 부천에서 사는 나는 서울로 놀러 가는 것이 큰일이다. 특히나 혼자서 간다는 것도 외롭기에 더욱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할까 고민했을 때 떠오른 친구 한 명이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나와 달리 투잡을 뛰고 있어 시간이 될까 하는 고민 때문에 차마 묻지 못했다. 그러고 며칠 후, 늦은 저녁에 그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진하야, 미술관 갈래?”

“어디?”

“국립현대미술관.”


띠용. 놀라웠다. 마음이 전달된 건가. 의아했다. 우린 바로 다음 날로 약속을 잡았다.


준비물 : 게으름을 극복할 부지런함, 입장료 4000원


동행이 있다는 건 힘이 나는 일이다. 나 혼자라면 귀찮아서 가지 않았을 미술관인데 친구가 함께 간다는 것만으로 게으름을 이겨냈다. 진득한 우정의 승리!


상동역에서 출발하여 온수역에서 갈아타, 시청역에서 내렸다. 1시간 남짓한 이동 시간이었는데도 친구 동행 버프는 계속되었다. 시청역 4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정독 도서관까지 갔다. 막간을 이용해 식사를 하고, 미술관 구경을 시작했다.

작년 12월에 대만 타이중에 있던 국립대만미술관을 방문하고 올해 처음 방문하는 미술관이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떨렸다. 미술관에만 들어가면 나 자신도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고양된 기분에 모든 작품을 면밀히 봐주겠다는 의지도 불타올랐다. 하지만 내 체력은 생각보다 저질이었고, 예술 작품을 즐겨 보는 것도 아니었다. 나만의 속도에 맞춰 찬찬히 보았다. 친구처럼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겨볼까 생각했는데 내 핸드폰으로는 이 기분을 다 담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벤치에 앉아 일기를 썼다.(거기다가 자판 두드리기 귀찮아서 녹음했다)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에 대한 나의 감정을 묘사했다.

저마다 예술을 관람하고 기억하는 방법이 다르다. 내 친구의 경우는 인상적인 작품을 동의 하에 사진 촬영하는 것이었고, 나의 경우는 감상을 글이나 말로 기록하는 거였다. 남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특히 백수들에게. 수입이 없어 입장료도 사치라 여길 수도 있지만 단조로운 백수 일상에 파스텔톤 볼펜으로 쓰윽 낙서하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Tip : 나는 해피포인트 앱 깔아서 쿠폰을 발급받고 2000원에 입장권을 구매했다. (이용기간 : 2018년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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