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언?
우리 식구들은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 아빠는 경기도, 엄마는 충청도 출신이지만 시골에 내려가도 사투리를 접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사는 곳도 경기도 부천이기에 내 동창들은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 사투리는 영화나 교과서에서 볼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되었다. 너무 신기했다. 마치 외국어를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표준어를 쓴다고 하지만 억양은 감출 수 없었다. 신기한 억양에 내 귀는 쫑긋쫑긋 섰다. 언어는 배울수록 기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이럴 때 털끝이 스는 감정을 느꼈다.
“2의 e승 어떻게 말해?”
“이↘의 이↗승.”
“이→의 이↘승?”
“아니다. 이↘의 이↗승.”
“…(말잇못)”
그러다 제주도 출신인 YJ를 알게 되었다. 제리처럼 작은 키에 새초롬한 단발을 선호하는 그녀. 사투리를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서울 출신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성 씨가 고씨라 설마 하는 생각에 물어보니 제주도였다. 나에게 제주도 출신의 친구가 생겼다!
준비물 : 제주 방언 능력자
국어학 시간에 배웠던 ‘아래 아’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제주도는 닭의 ‘ㅏ’를 아래 아와 비슷하게 발음한다고 했다. 그래서 들으면 [닥]이 아니라 [독]과 비슷한 발음이 난다. 호기심에 나는 YJ에게 닭은 어떻게 말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닥]이라고 발음해서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다시 한번 그녀에게 메신저로 물어보았다.
“YJ! 제주도 말로 닭을 어떻게 발음해? [닥]이야? [독]이야?”
“잉? 발음 똑같아요ㅋㅋㅋㅋ 닥이요.”
“맞아… 그랬던 것 같아. 그래…(또르르륵)”
“ㅋㅋㅋㅋ 아 근데!”
그녀는 밀당의 고수였던가.
“달걀을 사투리로 독새기라고도 하거든요? 순간 스쳤는데. 검색해 보니깐 닭이랑은 별 연관이 없네요^^”
닭이 아니라 달걀에 아래 아 발음에 남아 있었다. 방언 하나를 배운 것뿐인데 제주도민이 된 것처럼 의기양양해진 기분이다. 그리고 YJ가 말해준 제주도 사투리에 “-ㄴ”를 붙이면 질문하는 말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밥 먹언?”은 “밥 먹었니?”라는 뜻이다. 제주도 말을 할 줄 아는 나는 종종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YJ야, 밥 먹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