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혼술의 시대
혼술, 넌 어디까지 해 봤니?
요즘 혼술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마시는 술도 맛있지만 혼자 차분하게 자신의 템포에 맞춰 마시는 혼술도 좋다. 혼술의 시작은 맥주가 무난하다. 식당에서도 가볍게 생맥주 한 잔을 시켜 식사하는 혼술러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도 그렇게 혼자 맥주를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소주는 아직 도전해 본 적이 없다. 소주잔을 혼자 기울이는 게 괜히 처량해 보일 수 있어서 그게 싫었다. 난 안 처량한데 남의 의식 때문에 주저한 숱한 날들. 그래서 도전한다. 혼술. 그것도 소주로.
준비물 : 술, 안주, 자신감
부산으로 내일로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혼자서 밥 먹는 것도 익숙해진 나는 맥주도 혼자서도 잘 마셨었다. 그러다가 자갈치 시장에서 꼼장어가 너무 먹고 싶었다. 근데 꼼장어는 1인분씩 팔지도 않고 2인분씩 팔았다. 너무 속상했지만 2인분을 시키고 술은 무엇을 마실까 고민을 잠깐 했다. 1, 2초 정도? 고민은 금방 끝났다. 고민하고 자시고도 없었다. 소주였다. 소주. 꼼장어를 먹는데 소주가 어울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소주 한 병을 추가 주문했다. 아저씨들밖에 없던 포장마차에서 여자 혼자서 꼼장어에 소주를 마셨다. 나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오롯이 나와 꼼장어와의 시간을 보냈다. 양념된 꼼장어를 깻잎 위에 올리고 마늘을 한 점 올려 냠. 10번 씹고 꿀떡 넘긴 다음 소주를 한 모금 꿀떡 삼켰다. 매콤한 꼼장어의 소스가 목구멍에서 찌릇 하며 씻어진다. 혼술의 묘미를 대학생 때 알게 되어 황홀할 정도였다.
소주가 부담스럽다면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 속초에 놀러 갔을 때 하루를 혼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문 적이 있었다. 그날 저녁에 중앙시장에서 저녁거리로 두툼한 김밥 한 줄을 사 왔고 전날 친구들과 술파티를 하면서 남은 레몬 1개가 가방에 있었다. 모두들 레몬 한 개씩은 가방에 있지 않은가. 김밥, 레몬, 소주 여기에 필요한 건 탄산수였다. 토닉 워터 두 병을 샀다. 소주와 토닉 워터의 비율을 1:1로 맞추고 레몬 한 개를 짜서 넣었다. 그러니 상큼한 레몬소주가 완성되었다. 먼저 김밥을 입에 넣기 전, 한 모금 마셔보았다. 상큼한 레몬향에 찌르르르한 탄산과 소주가 목구멍 입구에서 느껴졌다. 행복. 그야말로 행복한 혼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