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는 오늘도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힙스타의 전유물이 된 지 몇십 년이 지났다. 커피를 못 마신다고 하면 안쓰럽다고 하는 시선이 곳곳에서 보인다. 내 친구 몇몇도 커피를 못 마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인생의 쓴맛은 커피인데!”라며 그들을 어린아이 취급하였다. 그래 봤자 기호식품인 걸 깨닫고 있다. 솔직히 커피는 맛이 없다. 사약 같은 생김새가 어딜 봐서 맛있을까. 그래도 맛있는 커피를 찾고 싶은 욕망이 들끓는다. 이미 내 몸은 커피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아시다시피 맛있는 커피는 핸드 드립인 경우가 많다. 혹은 맛없는 커피가 될 확률도 높다. 집에 있는 핸드 드립 도구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면 바리스타가 내려준 커피와 다른 영 찝찝한 맛이 난다. 그리고 매번 뜨거운 물을 끓여서 내리는 게 번거롭기도 했다. 그래서 잔머리를 굴렸다. 더치커피를 마시자. 얘는 별다른 재주가 없어도 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편이란 점. 한번 세팅해 놓으면 기다리기만 하는 거니 다른 작업을 해도 되고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준비물 : 가정용 더치커피 기구, 원두, 물
가정에서 더치커피 머신을 쓰기엔 부피가 크기에 가정용 더치커피 기구를 구매했다. 4년 전에 구매한 거라 가격이 얼마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사를 직접 조절하여 물을 조절하는 방식이었다. 한 가지 팁을 주면, 물의 속도를 적절하게 맞춰야 진한 더치커피가 완성된다. 곱게 간 원두를 기구에 잘 넣어주고, 물을 부어주면 완성. 이제 하루 정도 기다리면 된다.
기다림의 미학, 드디어 더치커피가 완성되었다. 얼음을 퐁당 넣으면 아이스커피, 따뜻한 물을 부으면 핫 커피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내려 마시면 커피값이 굳지만 왠지 모르게 커피숍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백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