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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Sep 27. 2022

로리테스크 아이콘, 스트로베리

#영화「레드 로켓」(션 베이커 감독, 2021)

rabbit-reviews.com

영화 레드 로켓은 한물 간 포르노 배우 마이키(사이먼 렉스)가 빈털터리로 고향에 돌아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를 중심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스트로베리(수잔나 손)가 등장하면서

슬그머니 무게중심을 옮긴다. 18살을 세 달 앞둔 17살의 소녀에게로.


여전히 카메라는 마이키의 일상을 담아내는 듯 보이지만,

마이키도 관객도 모두 스트로베리의 주변으로 전락한다.


그만큼, 그녀의 로리타적인 매력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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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2036


L.A에서 포르노 배우로 활동하던 마이키는 빈털터리가 되자 별거 중이었던 아내의 집으로 돌아온다.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을 버렸던 남편의 뻔뻔함에 혀를 내두르는 아내와 장모, 하지만 막무가내로 사정하는 마이키에게 집세를 분담하는 조건으로 잠시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게 된다. 며칠 동안 잠잠하던 마이키, 어느 날 도넛 가게에서 일하는 십 대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의 못된 `옛 버릇`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는데...

(2021년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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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키는 스트로베리를 포르노 배우로 데뷔시키려 노력한다.

그녀를 발판으로, 쫓기듯 떠나온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3개월 뒤 18살이 되는 스트로베리는 1년 남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지긋지긋한 마을을 떠나려 한다. 그녀에게 마이키는 일종의 기차표와 같다.


그녀의 의도는 순수하다. "떠나고 싶다."

그러므로, 그녀의 의도만큼 그녀의 행동도 순수하다.

그녀는 생각하는 만큼 말하고 말하는 만큼 행동한다.

그녀는 나이차가 많은 마이키와 사귀는 데 주저하지 않고,

그를 자신의 의도대로 이끈다.


moviechant.com


레드벨벳이 부르던 빨간 맛에 숨겨놓은 로리타 이미지와 비교를 하자면,

레드벨벳의 그것이 은근하고 순화된 반면,

레드 로켓의 수잔나 손(스트로베리)의 그것은 솔직하고 건강하다.


그녀는 어리다는 자산만으로 커버되는 모든 것을 내보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스트로베리는 여타 전통적 로리타 캐릭터의 특징인 맹랑함, 주저하지 않음, 자신만만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의 진정한 매력은 한걸음 더 나아간 데에 있다.


바로 그녀가 상대와 대등하다는 점이다.


그녀는 나이 많은 남자 친구인 마이키에게 기대지 않는다.

그녀는 LA의 도시생활에 대해, 포르노스타로 사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물어보지만, 매달리지 않는다.

스트로베리는 자신의 차로 마이키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마이키의 마리화나 장사에 대해 조언한다.

덕분에, 남자 주인공 마이키는 무례하게 그녀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자기가 겪은 배우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뿐이다.

영화 후반부에 충동적으로 당장 LA로 떠나자는 마이키의 말도 그녀는 주체적으로 받아들인다.


덕분에, 그녀는 새로운 로리타(Lolita) 캐릭터를 보여주는,

로리테스크(Lolitaesque) 아이콘이 된다.



극 중에서 17살로 나오는 수잔나 손은 1995년생으로 28살이다.


단순히 동안만이 그녀의 장점이었다면 나이차가 심한 설정으로 인해 관객들은 어색함을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어려 보이는 외모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아는 영리함도 가지고 있다.

그녀가 연기하는 스트로베리는 그 덕분에, 순수함와 솔직함이 가득한 캐릭터가 되었다.

(그런 장점은 배우 본인의 평소 사진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녀의 스트로베리는 다른 영화에서의 로리타 캐릭터가 보여주는 한계(위태로움 혹은 폭주)에서 자유롭다.

그녀는 흔들리기보다는 흔드는 쪽이고, 방향을 잃고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어쩌면, 자신의 확신대로 움직이는 로리타는 더 이상 로리타로 불러서는 안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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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여타의 로리타 영화와 다른 점은 남자 주인공에게도 있다.

주인공 마이키는 전통적인 로리타의 후원자 이미지와 정반대에 있다.

그는 빈털터리에 실패자인 데다가 수다스럽다.  

주눅이 들거나 자존심이 쪼그라들지는 않았지만 수중에 돈은 없고 취직은 되지 않는다.

마리화나를 팔면서 근근이 돈을 벌 뿐이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그의 이런 '작은' 캐릭터는 스트로베리의 새로운 로리테스크 캐릭터와 더불어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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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노 배우 남자 배우와 17살의 여고생 커플이라는 자극적인 설정과 다르게, 베드신은 장황하거나 말초적이지 않아 보기에 불편하지 않다.


*심심해 보이는 줄거리로 인해 파국적인 결말을 예상한다면 틀릴 것이다. 영화는 현실을 숨기지 않지만 현실을 과장해서 이용하지 않는다.


https://youtu.be/zUhKa4r83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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