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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무 다른 역할 Aug 28. 2022

이계는 좀 더 단순하게

#영화 「외계+인 1부」(최동훈 감독, 2022)

"역대급 스케일 + 독보적 세계관 + 짜릿한 볼거리"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홍보자료에 나온 이 미다시(주제어)는 정확하다.

출연배우와 촬영 규모는 역대급이고, 고려시대와 2022년 거기에 외계까지 아우르는 세계관은 독보적이고,

오락영화로서 볼거리 차고 넘친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암살 같은 감독의 전작들을 여러 번 반복해본 내가 아마 대한민국 관객의 평균 수준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흥행작들을 만들어온 감독답다.


그런데, 딱 한 가지가 불편했다.

그리고 아마 그게 이 영화가 기대보다는 덜 호쾌한 오락영화가 된 이유가 아닐까.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9606


“아주 오래전부터 외계인은 그들의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두어 왔다”  


2022년 현재, `가드`(김우빈)와 `썬더`는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며 지구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서울 상공에 우주선이 나타나고 형사 `문도석`(소지섭)은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한편, 630년 전 고려에선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과 천둥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이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가운데

신검의 비밀을 찾는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가면 속의 `자장`(김의성)도 신검 쟁탈전에 나선다. 그리고 우주선이 깊은 계곡에서 빛을 내며 떠오르는데…

2022년 인간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1391년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

시간의 문이 열리고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출처 : 다음 영화)



영화는 이계(다른 세계)를 다룬다.


외계의 행성에서 온 죄수들을 인간의 몸에 가두고, 외계에서 온 가드가 그걸 관리한다는 설정.

그건,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일반적인 인간들과 분리된 세계이다.


이런 이계를 다루는 영화는 두 가지 중 하나의 방법을 택한다.


하나는,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들이 지구를 침략하고 인간들은 그에 맞서 극복한다는 설정이다.

수많은 외계인 침공류의 영화가 여기에 속한다. 공포를 주고 그걸 해결하는 사이다 설정을 주는.

여기서 변형을 하면, 외계인을 착한 외계인과 나쁜 외계인으로 나누고, 착한 외계인과 지구인을 한 편으로 만들면 된다. 역시나 내편니편 구도는 확실하고 나쁜 놈을 물리칠 때의 쾌감을 크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세계를 아예 현실과 분리해버리는 것이다.

존 윅 같은 영화가 여기에 속한다.

수많은 킬러들이 속한 다른 세계의 조직이 있고, 그 세계를 현실의 세계와 공존하지만 접점은 최소화한다.

킬러들끼리 죽고 죽이는 싸움은, 현실의 공간에서 벌어짐에도 현실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깨뜨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세계의 존재를 모르고, 그 세계는 일반 사람들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는다.

관객은 현실적인 시공간을 차용하면서도 새롭게 창조된 그 세계에 몰입하면 끝이다.

그 세계의 규칙을 알려주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따라가면 된다.



영화 외계인은, 두 번째 방법을 택한 듯보인다.


죄수를 보내는 외계의 행성과 외계인들은, 일반 지구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우주선은 구름 속에 가려서 내려오고, 몰래 인간에게 촉수를 꼽아 외계 죄수를 인간의 몸속에 넣지만,

정작 인간들은 그런 기억을 하지 못한다.

관객들은 편하게,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들의 뛰어난 능력치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 전개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 특유의 호쾌한 액션과 캐릭터적인 재미는 여전할 테니까.

(시간의 문을 통해, 2022년 현재와 680년 전의 고려시대를 오가는 설정도 쉽게 따라갈 수 있다.

인간의 몸을 하고 있지만, 착한 놈, 나쁜 놈 모두 외계인이다.)



그런데, 영화는 현실세계와 이계의 분리를 어느 순간에 깨버린다.


후반부부터 외계에서 온 우주선 하나(나쁜 외계인)가 현실의 인간들과 너무 큰 접점을 갖는다.

서울의 도심에 내린 나쁜 외계인은 말 그래도 현실세계에서 너무 분탕질을 친다.

형사의 몸에 들어간 다른 외계인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이계를 모르고, 이계와 분리되어야 할 현실 공간이 파괴된다.

건물과 도로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탄 차가 부서지고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죽거나 다친다.

사람들은 외계인을 쉽게 목격하고 공포에 질리고 도망친다.

앞서 말했듯, 처음부터 '외계 침공'의 설정이었다면 아무 문제없었을 장면들이다.


하지만, 현실과 분리된 이계에서 벌어진 일들을 재밌게 보던 관객들은,

여기서부터 불편해진다.

도대체 누가 우리 편인 거야?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비슷한 설정의 영화 존 윅은 다르다.


현실의 시공간에서 킬러들이 수없이 죽고 죽이지만, 일반 시민들과는 분리된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을 지키며 그 안에서만 일을 벌인다.

당연히 일반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도 싸움이 벌어지지만 영화는 최대한 접점을 감춘다.

사람들을 그걸 인지하기는 하지만 휘말리지 않는다.

이계는 철저히 이계로만 작동한다.  


한국영화 마녀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능력을 위해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아이들을 다루는 스토리에서, 싸움은 그들끼리 한다.

그래서 관객은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영화 외계인에서는 이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분리'를 지키지 못했다.


현실의 건물이 파괴되는 순간에, 감독이 창조한 이계의 매력이 사라진다.

'우리의 세계'가 부서지면서 관객들은 누가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 헷갈리게 되고,

우주선에 깔려 죽거나 다쳤을 누군가를 상상하며 불쾌해진다.

얘네가 도시 한 복판에서 이 난리를 치는 게 맞아? 하는 의문이 들면서.


영화 후반에, 외계에서 가져온 공기 덩어리 하나를 서울에서 터트리는 설정이 그런 의문의 정점이다.

사람들은 죽고 그 지역은 봉쇄된다. 심지어 이 설정에는 '왜 공기라면서 다른 지역으로는 안 퍼지지?' 하는 비과학적 의심마저 들지만, 영화는 이걸 해소해주지 않는다.


오락영화인데 뭐 과학까지 논하냐고 할 수 있지만, 고난도의 과학적 논리성을 따지는 게 아니다.

스토리에 계속해서 몰입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설득이 있었어야 했다.

(인터스텔라 류의 고난도의 이해가 필요한 영화도, 지극히 평균적인 과학상식을 가진 나 같은 관객도 쉽게 이해시키려 엄청 노력했다)



외계인이 만약에 그 지점을 극복했다면, 지금 받고 있는 평가보다 훨씬 후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감독의 전작들처럼 유머는 여전하고 캐릭터는 매력적이고 액션은 호쾌하니까.

수많은 스타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만 해도 어마 무시한 영화이기도 하고.


어쩌면 후속 편에서 내가 불편해한 지점들을 다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마 최동훈 감독이 만든 이 유니버스는 정말이지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것이다.

도대체 어느 감독이 고려와 현재, 외계를 이을 생각을 하겠는가.


아, 또 한 가지.

김우빈이 맡은 가드 역할이 전투 모드로 변신할 때 착장 한 아이언맨 짝퉁 수준의 수트와 무기도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가드가 죽어서 이제 다시 안 나올 수 있으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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