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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겠습니다"

연습보다 더 빛나는 힘, 끝까지 해보려는 마음에 대하여

by 신선

초등학교 3학년 딸이 태권도 품새 시험을 앞두고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고, 다음 동작의 순서가 헷갈릴 때마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쏟곤 했다. 어린 딸의 서툰 좌절이 안쓰러우면서도, 집에서는 정작 연습을 잘 하지 않는 걸 알기에 “그러려니” 했다.

울면서 속상해할 때 나는 아이의 마음을 보듬기보다 이렇게 말했다. 나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읊어주었다.

"노력하지 않고 연습하지 않으면서 잘하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안 돼. 충분히 연습해야 잘할 수 있어."

심지어 'Practice makes perfect'라는 영어 문장까지 덧붙여가며 말이다. 딸의 속상한 마음을 감정적으로 이해해 주기보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가온 품새 시험 당일. 딸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환한 웃음과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콩콩 뛰었다. "왜 그렇게 좋아?"라고 물으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나 오늘 MVP 받았어!" 평소에 그런 적이 없었기에, 나는 귀를 의심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험 전, 딸이 발표를 잘해서 MVP를 받았다는데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무슨 발표를 했는데?"

“품새가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겠습니다.”

이 한마디에 관장님은 크게 감동하셨고, 그날의 MVP로 딸을 선정해주셨다. 아마 딸은 연습하는 내내 수없이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동작이 틀리고,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마다 포기하고 싶었을 테다. 하지만 그런 좌절의 순간들을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마음을 다잡은 용기를 관장님께서 알아봐 주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완벽한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하기 위한 과정에는 무게를 가볍게 둘 때가 많다. 하지만 딸의 경험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보여준 마음가짐이 얼마나 값진지를 깨닫게 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딸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굳건히 마음을 다잡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인정받는 기쁨까지 누리게 되었다. 딸은 품새를 통해 성장했고, 나는 그 아이의 한마디에서 삶의 중요한 태도를 다시 배웠다.


딸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려는 너의 용기만으로도 충분히 빛나고 아름답단다.


2025.08월

보라띠에서 주황띠가 된 품새시험이 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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