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엔지니어의 시선, 생각을 언어로 바꾸는 일
가끔 후배 사원들에게 특허 관련 교육을 할 때, 꼭 이야기해 주는 것이 있다.
특허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조항을 읽을 때마다, 그리고 설명할 때마다 느낀다.
특허는 단지 개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술의 공개를 통해 사회 전체의 산업 발전을 이끌어가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즉, 특허는 나의 권리이자 동시에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도다.
특허법 제2조 (정의)
“‘발명’이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高度)한 것을 말한다.”
이 짧은 정의 속에는 네 가지 핵심이 담겨 있다.
(1) 자연법칙을 이용한다는 것, (2) 기술적 사상이라는 것, (3) 창작이라는 것, 그리고 (4) 고도하다는 것.
교육을 할 때마다 이 네 단어의 의미를 간략히 풀어주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기술적 사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기술적 사상이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생각(idea, concept)이
일정한 구체성을 가진 수단으로 표현되어 기술로서 성립 가능성을 갖춘 것을 말한다.
즉, 발명은 반드시 이미 구현된 기술일 필요는 없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기술적 사상이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종종 개발자들은 “실제 구현된 기술만 특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오해를 깨주고 싶다.
물론 너무 미완성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 속에는 충분히 발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씨앗’이 담겨 있다.
바쁜 개발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특허 담당자의 입장에서 가끔은 ‘그냥 특허를 막 만들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방향만 조금 잡아주먄 특허로 만들 수도 있겠다...
또한 다른 경쟁사의 수치한정 특허나 파라미터 발명을 볼 때면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이건 과연 개발자가 직접 만든 특허일까,
아니면 개발자의 설명을 듣고 특허 엔지니어가 기술적으로 다듬어 만든 특허일까?
특허는 결국 ‘기술적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개발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데이터와 실험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 사상이다.
그들의 언어를 조금만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특허가 된다.
그것이 바로 특허 엔지니어의 역할이자,
가장 흥미로운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나 역시 우리가 품질 관리 과정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나의 파라미터를 정의하고, 그 파라미터가 일정 범위를 만족할 때
제품의 품질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 현상을 특허의 언어로 풀어내어
하나의 파라미터 발명으로 완성해 보았다.
상세한 파라미터를 여기에 적을 수는 없지만... (신규성 위반이 되면 등록이 안 되니까… �)
결국 중요한 건 ‘수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수치가 표현하고 있는 기술적 사상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그 결과, 단순히 문헌에서 배운 수치한정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도출된, 살아 있는 기술적 사상을 특허의 형태로 구현할 수 있었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특허와 기술이 맞닿는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발명이란 ‘결과물’이 아니라,
생각이 기술로 변하는 과정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