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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 Jun 23. 2021

한국을 떠나던 날

인천공항

 

 

인천에서 카타르까지 가는 비행기는 15년 전에도 지금처럼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에 출발했다. 늦은 밤 인천공항의 출국장 풍경은 낮과는 달랐다.


공항의 너른 바닥에 반사된 색색의 빛과 조명은 마치 불꽃놀이가 열리고 있는 것 같았다. 공항에  요란하게 울려 퍼지던 슈트케이스의 바퀴 소리는 승무원의 꿈을 이루고 출국을 앞둔 나의 심장 소리와 다르지 않았다.

   

처음 취업을 해서 해외로 떠나던 그날 나의 부모님은 집에서 인천 공항까지 차로 왕복 여섯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직접 바래다주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아빠는 삼십 킬로가 넘는 나의 짐가방을 끌어 주었다. 엄마는 내가 김치를 안 가져가서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체크인 카운터에 모인 동기들의 옆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거대한 사이즈의 이민가방이 하나씩 놓여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색도 크기도 비슷했다.


 그 큰 가방 속에는 한국 밥솥, 전기장판, 소화제, 두통약, 감기약, 라면, 김 그리고 한 번도 직접 만들어 본 적 없는 미역국을 외국에 나가서는 생일날 끓여 먹겠다며 챙긴 미역 한 봉지가 들어있었을 것이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항공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다시 해외로 직장을 구하여 나가게 되었다. 그때에는 처음 해외로 떠나던 날과 같은 설렘도 없었고, 나를 배웅해주는 가족도 없었다.


다만 나와 함께 떠날 짐 가방이 하나있었다.  간소한 가방보다 가벼운 것은 힘을 뺀 나의 마음이었다.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창밖  인천공항의 밤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힘들면 다시 돌아오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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