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넘치던 신입사원 시절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급작스런 만남을 무마하는 인사를 건네고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귀를 곤두세우고 그 놈을 쫓아간다. 점심시간의 테헤란로는 차와 사람들이 고루 섞어가며 수많은 소리를 만들어 내지만, 그 속에서 분명 나는 그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확신했다. 역시 등잔 밑이 어둡다고, 결국 근처에서 찾게 되는구나.
메아리가 치는 듯 울리는 그 소리를 따라서 달려가다 보니 도착한 곳은 그리 반갑지는 않은 장소였다.
옛날 옛적이라고 해봐야 고작 1년 반도 지나지 않은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곳은 어느 회사의 로비였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었던, 내가 그 옛날 도망치듯 빠져나왔던 그 회사의 로비에는 그 놈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필 이곳이라니. 나는 쓰임새를 찾기를 잠시 멈추고 어안이 벙벙한 채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숨만 헉헉대고 있었다.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한, 옛 회사 친구가 내 등을 두드리기 전까지.
“오랜만이다. 뭐 이렇게 넋이 나가 있어? 잘 지내?
“어? ㅇ…어. 그냥 지내지 뭐. 가자.”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며,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는 미간을 있는 힘껏 찡그린 채 해장국 집으로 나를 끌고 가는 친구 옆에서 나는 잠시 과거의 기억에 깊이 잠겼다.
신입사원으로서 처음 실전에 투입되었던 시절,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영차와 경차는 환상적인 듀오였다. 함께 일해온 지 10년이 넘은 두 사람은, 회사 안에서는 좋은 시너지를 내는 파트너로, 회사 밖에서는 함께 가족 여행도 다닐 정도로 절친한 술친구일 정도로 가깝고 좋은 관계를 맺을 정도였으니까.
그들보다 10년이 넘게 어린, 갓 신입사원인 내가 그들 눈에는 얼마나 귀여워 보였을까. 덕분에 회사 안에서는 열심히 일을 배우고, 회사 밖에서는 열심히 속을 비웠다. 아니, 게워냈지.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던 내가 돌연 퇴사를 결심했을 때, 영차와 경차가 받았던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그들의 표정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나는 그들의 애정 어린 충고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심을 바꾸지 않았고, 그렇게 회사 안에서의 관계는 다소 일찍 끝나버렸다. 그래도 회사 밖에서의 관계는 여전했기에, 가끔 술자리를 함께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내는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에게는 일종의 부채 의식 같은 것이 남아있었다. 그들과의 의리를 다 지키지 못했다는 일말의 죄책감이.
“야, 밥 먹어.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친구의 잔소리에 불현듯 현재로 되돌아온 나는, 뜨겁게 끓어오르는 해장국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향수를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