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반대말은 살자
“그래서, 요즘 뭐하고 지내냐고.”
“…”
“야, 얘기 좀 해봐 좀.”
자꾸만 멍해지는 내가 지겹다는 듯, 친구는 나에게 재촉하며 최근 소식을 물었다.
“알잖냐. 시간 축내는 백수지. 퇴직금도 다 떨어진, 그지 백수…”
아차. 입 밖으로 내뱉으면서도 주워 담고 싶은 말이었다. 그지 백수라니.
“이야… 아직도 안 굶어 죽은 게 신통하네. 일이라도 좀 알아봐 봐.”
“알아보고는 있지... 근데 막상 잘 구해지질 않네.”
한숨, 그리고 한숨.
노을이 저물어가는 모습도, 달이 차면 기우는 모습도 모두 아름다운데 어째서 내 통장잔고가 줄어드는 모습만큼은 이렇게도 괴롭고 슬픈 것인지. 아무리 뉴스에서 세계 경제가 위기라는 말을 떠들어 대봐야, 내 경제적 위기만큼이나 위태롭고 급박할까.
그렇게 해장국과 커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사이사이 속이 텅 빈 위로의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우리는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다음 날, 불현듯 어제의 그 일이 생각났다. 영차와 경차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간, 그리고 꼭 연락하라던 그들의 소리.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던 것일까.
미안함 반, 호기심 반으로 경차에게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그런데, 그 내용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주성아, 경력직 지원할래?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마지막 기회. 저 다섯 글자가 왜 이렇게 와닿는지.
첫 번째 경력직 면접을 지나, 두 번째 서류 탈락의 아픔을 겪고 나서 세 번째를 앞두고 어김없이 무너져버린 나. 그런 나를 다 알고 있다는 듯 아주 정신이 바짝 들도록 찌릿하게 자극하는 것 같았다.
역시 옛말에 틀린 말이 없다고, 위기는 곧 기회라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