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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현 Jun 24. 2019

포항 산책│운하따라 밤나들이 포항여행

어서오세요 포항, 어서오세요 여름밤

 더위에 많이 약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여름에 바깥을 돌아다니는 일은 최대한 밤 시간대를 이용한다. 여름에 떠나는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여름여행이란 주로 해질녘 즈음 부터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번 포항여행은 오후 5시가 되어서야 포항운하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05:00pm│포항운하,낮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어느새 해가 많이 길어진 탓에 여전히 햇볕이 쨍쨍했다. 다행히 날이 평소보다 시원했던 덕분에 포항운하관에서 송도교까지, 1.3km 이어진 운하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나, 그늘 아래의 벤치에 모여앉아 수다를 떨거나, 장기판을 둘러싸고 훈수를 두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포항운하는 2012년부터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을 통해 제작된 조각품을 전시하는 '아트웨이 프로젝트'의 한 구간이기도 해 운하를 걷는동안 24개의 조각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예술작품들이 그렇듯 알아보기 난해한 작품들도 있지만 짱구나 둘리같은 캐릭터가 새겨져 누구에게나 친숙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있어 조각품을 구경하며 아무말이나 떠들어 보는 재미도 있다.


06:00pm│죽도시장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13길 13-1


운하의 끝까지 걸어 송도교에 도착하면, 바로 옆으로 죽도시장이 나타난다. 날이 시원하다 해도 햇볕이 뜨거워 땀방울이 맺힐 것 같다면, 죽도시장으로 들어가 시원한 살얼음과 새콤한 양념장에 버무려 진 물회를 한그릇 시켜보자. 가격은 보통 만 오천원 정도로 조금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알고보면 공기밥에 매운탕까지도 따라 나오는 알찬 구성에 젓가락이 짝짝이인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먹게 된다. 물회를 먹고 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어묵이나 꼬지, 도너츠같은 길거리 대표 간식들도 가득해 디저트까지 완벽하다.



07:00pm포항운하관

경북 포항시 남구 희망대로 1040



소화도 시킬 겸 다시 운하를 걸어, 출발했던 장소인 포항운하관으로 돌아와 보자. 포항운하관에는 편의점, 운하 역사관, 카페 등이 있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햇볕을 피하며 야간크루즈를 타기 전 남는 시간을 보내기엔 제격이다. 크루즈를 탈 예정이라면 편의점에서 갈매기들의 먹이로 쓸 새우깡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07:30pm포항크루즈

포항운하관 1층 매표소



포항운하에서는 배를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운하와 송도, 영일대 앞바다를 유람하는 '포항크루즈'가 운영되고 있는데, 매일 저녁 7시 30분에는 포항제철소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야간 크루즈 투어가 운행된다. 야간 크루즈는 일반 크루즈와 다르게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하니 참고하면 좋다. 


포항크루즈 정보
이용요금│주간 : 대인 12,000 어린이 10,000
                   야간 : 대인 15,000 어린이 12,000
예약 사이트│http://www.pohangcruise.kr/
Tip! 야간운항은 악천후와 탑승객이 20인 이하일 경우에는 운항되지 않는다. 주로 토요일에 취소 없이 운행된다.
배를 타고 꽤 멀리 나오면 포항 앞바다의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배를 타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포항제철소의 야경
송도해수욕장의 노을
크루즈에서 내린 뒤 다시 포항운하관으로 올라오면 볼 수 있는 포항제철소의 야경



08:30pm│다시 포항운하,밤



크루즈에서 내려 다시 운하관을 지나 운하공원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공원 곳곳에 은은한 조명이 들어와 낮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낮보다 많이 보이고, 조명에 눈이 즐거우면서 차갑게 식은 밤공기에 나름의 운치도 생긴다.

그렇게 삼십분 쯤 운하를 따라 걷다 보면, 여름에도 시원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런 여행이 있어, 더위와 여름을 싫어하는 나로써도 다른 계절이 흉내낼 수 없는 여름밤의 이 분위기는 싫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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