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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May 29. 2023

미술삶 in 런던: 내셔널 갤러리

사심을 가득 담은 내셔널 갤러리 명화 추천

6월 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이 열린다. 라파엘로, 반 고흐, 카라바조, 마네 등의 인물화 52점으로 구성되었다고 하니 너무 기대된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었던 드가의 '목욕 후에 몸을 말리는 여인'도 제발 있었으면 좋겠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전시를 기다리며 내가 사랑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서 다시 떠올리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l 카라바조

내게 카라바조는 당시 내셔널갤러리 특별전으로 진행된 'Beyond Caravaggio'에서의 강렬한 만남으로 기억된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17세기 바로크 시대를 연 화가다. 르네상스 시대 당시 가톨릭 교회가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기독교적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 추구하는 화풍을 그는 과감히 버리고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는데 이것이 그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다. 그가 성경 이야기를 주제로 그린 작품을 보면 인간을 초월한 신이 아닌 '인간 예수', '인간 막달라 마리아' 등 그는 성인으로 여겨지는 성경인물을 가지고도 세속적이고 현실적이며 인간 본연의 심리를 꿰뚫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려 했다. (당연히 가톨릭 교회는 싫어했다) 그는 테네브리즘(Tenebrism)이라는 명암표현법의 창시자로 그림 대부분을 암흑에 가깝도록 어둡게 처리하고 주인공과 그 주변에 빛이 떨어지도록 하는 기업을 처음 시도했다. 연극의 스포트라이트처럼 대상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극적 효과를 노리고, 인물표현이 아닌 내면적 심리를 잘 표현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며 연극의 한 장면 같은 인상을 받고, 그림 속 사건에서 각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하게 되는 것 또 그가 철저히 구상하고 연출한 부분이다.


David with the head of Goliath, 1607


위압감을 주는 크기, 암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두운 배경과 작품 속 주인공에게만 선명히 떨어지는 빛. 내가 카라바조의 작품을 처음 보고 놀란 것은 그의 작품이 분명 어두운데 밝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배경 대부분의 색을 담당하고 있는 검은색은 실제로 보면 정말 칠흑 같다. 하지만 인물은 너무나 선명해 그의 내면까지 드러나는 것만 같다. 주인공을 향한 빛 덕분에 작품의 선명도가 높아 분명 어두운 그림인데 너무나 밝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어둠과 빛을 정말 잘 쓰는 사람. 카라바조에 대한 나의 인상이다.



ㅣ에드가 드가


그림을 보고 소름이 돋은 적은 처음이었다. 미술사를 공부하며 드가에 대해서 배웠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본 것은 내셔널 갤러리를 방문했을 때가 처음이었다. 국립미술관답게 굉장히 큰 규모지만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다비치, 미켈란젤로 등의 작품이 있는 르네상스 시대 또는 고흐의 해바라기가 있는 19세기. 그중 드가의 작품은 19세기 작품방에 있고, 해바라기 앞에 서있는 군중을 지나치면 드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는 19세기 인상파에 속해있지만 인상파의 대표주자 모네와 같이 물체를 둘러싼 광원, 빛의 흐름에 관심을 보이기보다 인간 동작의 한 순간을 포착해 그려냈다. 그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동작, 선을 사랑하는 화가였고, 그런 그가 발레리나를 많이 그리며 '무희의 화가'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같다. 그는 전통적인 고전회화에 관심이 많았기에 구도, 전체 화면의 조형 등에 연구를 많이 했다. 그의 작품에서 인물이 화면의 중심에서 빗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의 철저한 구도 계산에 의했다고 볼 수 있다. 최대한 자연스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본인이 받은 인상을 표현할 수 있게 계속해서 연구하고 접목한 화가다. 또한 그는 파스텔을 자주 사용했다. 파스텔의 부드럽고 불투명한 색조는 유화의 색상조합과 비슷하지만 그만큼 섬세하게 다루려면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한 재료다. 그는 40대를 넘기며 점차 시력을 잃게 되는데 눈에 부담이 덜한 파스텔을 사용한 것이 시력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시력을 많이 읽게 된 후에도 그는 조각으로 영역을 넓혀 작품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드가의 '목욕하는 여인' 연작이다. 모델이 아닌 일반 여인들의 생활을 훔쳐보며 그린 드가의 작업방식이 작품 속 여인들이 몸을 닦는데만 열중하고 있음을 알게 해 주고, 주인공을 바라보는 눈높이, 인위적이지 않은 구도 등은 열쇠구멍을 통해 훔쳐보는 듯한 은밀한 긴장감을 준다. 미술사 속에서 드가를 알았을 때 글로만 읽혔던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본 순간, 피부로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그 뒤 세계 어느 미술관을 가든 드가의 작품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은 나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다.


<참고문헌>

김호근, 미술이론과 현장: 헨드릭 테르브루헨의 <의심하는 토마스>: 카라바조 수용과 그림 감상, 한국미술이론학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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