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술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점 Jan 23. 2023

미술삶 in 런던: 테이트 브리튼

런던에 간다면 테이트 브리튼도 방문해 주세요

런던에 살 때 가장 많이 갔던 미술관은 아무래도 내셔널 갤러리. 집과 교회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었고, 시내 중심지에 있어서 오며 가며 참 많이도 들렸다. 그다음은 테이트 모던, 집에서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관람객 동선이 편하기도 하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런던 풍경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부지런히 걸어서 자주 방문했었다. 그리고 다음이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을 3번 방문한 뒤에야 알게 된 미술관인데 집에서 매우 가깝고, 회화 작품을 특히 사랑하는 내게 너무 잘 맞는 작품들이 많아 심심하면 한 번씩 방문했던 것 같다. 그 당시 특별전시로 진행했던 데이비드 호크니전도 꽤나 인상 깊게 봤다. 테이트 브리튼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작가(영국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터너, 데이비트 호크니 등 많은 영국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국내작가 작품에 힘을 실어주는 점이 우리나라의 호암미술관이 떠오르기도 해서 반가운 마음에 자주 방문했다. 갈 때마다 잊지 않고 감상했던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ㅣ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Sir John Everett Millais, Ophelia, 1852

셰익스피어의 나라답게 테이트 브리튼에는 셰익스피어 작품 속 한 장면을 그린 작품들이 참 많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이 '오필리아', 연인이던 햄릿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한 뒤 서서히 미쳐가던 중 개울가에서 나무 위를 오르다 떨어져 죽었다는 희곡 속 인물이다. 화려한 드레스,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있는 꽃과 대조되는 어두운 물속 오필리아는 자신의 상황에 살기 위해 저항하지 않고 그저 노래를 부르며 죽어간다. 그저 평화로워 보이는 아름다운 개울가의 풍경 속 마찬가지로 덤덤한 느낌의 오필리아는 이 작품이 죽음을 그린 작품이 맞나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작품은 라파엘 전파(라파엘로 이전 미술을 추구하는, 그 당시의 매너지즘을 돌파하고자 한 예술 모임) 화가 중 한 명인 밀레이가 그린 것이다. 그의 작품 속 오필리아는 라파엘 전가 화가들에게 인기 모델이었던 엘리자베스 시달로 그는 이 그림을 위해 무료 4개월이나 물이 받아진 욕조에 누워 포즈를 취해야 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그림 속 우리의 시선을 꽃 하나하나가 상징적이다. 오필리아의 오른손 주변에 떠있는 붉은 양귀비 꽃은 '깊은 잠'과 '죽음'을, 그 옆의 흰색 데이지꽃은 '순결', 오른 편의 노란색 팬지꽃은 '공허한 사랑', 팬지 왼편의 붉은색 작은 아도니스꽃은 '슬픔'을 표현한다. 이러한 상징주의적 특성은 라파엘 전파의 특징이기도 하다.


ㅣ터너의 '전함 테메레르'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The Fighting Temeraire, 1839

1995년 영국 BBC에서 "영국이 소장하고 있는 가장 위대한 그림" 1위에 선정된 그림이다. 윌리엄 터너를 향한 영국인들의 사랑이 느껴지는 설문 결과다. 물론 터너의 많은 그림들 중 특별히 이 그림이 가장 위대한 그림이라고 인정받은 데는 그림의 주인공인 테메레르호의 공이 크다. 터너는 풍경화 중 바다 풍경을 특히 많이 그린 화가인데 이 작품 전 바다 또는 배를 그린 그림들을 보면 그가 바다와 해양재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영국은 섬나라로 해외를 나가기 위해서는 그 당시 배가 필수였고, 그만큼 해양재난과 밀접한 국가다. 그의 초기작인 <난파선>을 보면 위 작품과 달리 어두운 색감을 가지고 난파선이라는 해양재난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해양재난의 두려움과 위험성을 절실히 드러낸 터너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실제로 터너는 정확한 관찰과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폭풍우 치는 바다 위 배에서 자신을 갑판의 돛대에 묶어달라고 부탁하며 폭풍의 운동성과 방향, 포말이 부서지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일화가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해양 날씨, 그 속에서 무력하게 재난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의 비극을 그렸던 그가 <전함 테메레르>에서 바다를 아름답고 웅장한 배경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전함 테메레르에 대한 터너의 특별한 마음이 담긴 듯하다. 실제로 테메레르호는 1805년 트라팔가르 전투에서 승리하며 영국에 큰 도움을 준 전함이다. 영국의 상징적인 전함을 멋진 노을과 노을빛에 물들어가는 바다, 그리고 노을빛에 함께 물들어가는 모습으로 그린 이 작품은 터너뿐만 아니라 영국인들에게 어떠한 애국심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림의 주인공인 테메레르호 만큼이나 그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노을, 태양이라는 것도 영국이 과거 식민지배 시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국인이 아닌 사람이 보더라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고전적인 양식의 배와,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증기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시대를 초월하며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하늘과 바다는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일종의 영원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김은영, 미술이론과 현장: 미술관의 해석과 소통의 모색, 한국미술이론학회, 2004

전동호, 미술이론과 현장: 터너의 <난파선>과 낭만주의적 해양재난, 한국미술이론학회, 2012

진중권, 19세기 서양미술사, 네이버 지식백과, 2017

매거진의 이전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