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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점 Sep 20. 2022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진짜 아는 만큼 보이더라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이중섭이기에, 그리고 이번 전시회를 오기 전에 제주도 이중섭 미술관을 한 차례 갔다 왔기 때문에 이중섭 작품들을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번 전시회는 초기작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정말 많고 다양했다. 덕분에 이중섭에 대한 나의 시각이 한층 더 넓혀지고, 그의 작품세계가 내 안에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ㅣ이중섭 작품의 특징


1. 다양한 재료

유화 그림은 흔히들 캔버스에 그려진 것을 상상하지만 이중섭은 합판에 유채, 종이에 유채, 유채와 수채를 섞는 등 다양한 재료를 편견 없이 받아들여 사용했다. 대표적으로 합판에 유채로 그린 '흰 소'가 있다. (물론 다양한 재료를 쓸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으로 어려웠던 그의 삶이 있다만 일본 유학시절에 한지에 먹을 묻힌 후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는 작업을 한 것을 보면 근본적으로 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담뱃갑의 은지를 사용해서 만든 은지화는 이중섭의 가장 특징적인 재료 사용의 예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콜라주 작업이 현대적인 의미를 갖는 것처럼, 이중섭의 작품은 초기작부터 현대적으로 해석된다.


2. 선

이중섭의 작품을 보면 가장 특징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그의 독특한 붓터치, 선이다. 소 연작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 특징은 선의 반복을 통해 면을 만든다는 점에서 반 고흐의 선도 떠오른다. 하지만 반 고흐는 선을 짧게 끊으며 강렬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이중섭의 선은 길고 힘 있게 그어줌으로 선의 특성을 살린다. 그의 선은 운동감이 느껴지고 그렇게 선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대상의 운동감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달, 하늘과 같은 배경을 그릴 때 붓질의 흔적을 선의 형태로 남겨 수묵화의 번짐과 유사한 효과를 주는데 이는 이중섭의 그림이 향토적이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동시에 가질 수 있게 한다.


3. 밀도 높고 치밀한 구성력

풍경화의 경우, 원근법적인 구도를 보여주지만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물을 평면화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특히 선만으로 모든 것을 구성하는 은지화의 경우에는 더욱 평면적이다. 그러나 이중섭의 평면화는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은지 안에 많은 인물들이 평면적으로 뒤엉켜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물들 사이의 공간을 치밀하게 구성해 작은 화면 속 넓은 공간이라는 모순적인 느낌을 준다. 



ㅣ이중섭의 초기작품들




이번 전시에서는 무엇보다 그의 초기작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득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중섭의 그림체가 등장하는 듯, 등장하지 않는 듯한 초기작들을 보면서 이중섭의 작품세계가 견고해지는 과정을 엿보는 듯하여 재밌었다. 초기작들 중 스케치 작품을 보면 여러 거친 선을 반복해 양감의 표현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감 표현을 위해 선을 반복했던 그가 한 선만으로 표현할 수 있고, 치밀한 구성력으로 평면화도 입체적으로 느끼게 하는 화가로 성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작품에 다 드러나지 않은 그의 연구와 노력의 시간들이 느껴지는 듯하다.


<참고문헌>

유홍준, 유홍준의 美를 보는 눈 3. 안목, (주)눌와, 2018, 210-216p

이용우(고려대학교 교수, 미술평론가), 이중섭 소고(小考), 현대미술관연구 제 5집,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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