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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윙맨 May 09. 2021

두 청년의 사망, 왜 세상은 다른 관심을 보이나?

한강 대학생 그리고 평택 대학생

기존에 포스팅을 하나 했었던 내용이다.

비극을 분석하여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비칠까 봐,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결과만을 위해 최소한의 내용만을 다뤘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부족했는지 오해하는 이들이 많았고, 오히려 그 오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이 잘못된 것처럼 오인하게 해서 정말 관심이 필요한 사건에서 관심을 흩어져 버리게 만드는 상황을 우려하며 추가적인 포스팅을 해 본다.






두 비극이 있었다.

아니 비극은 단순히 이 두 명의 청년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의 비극이 있고, 그중에는 청년들의 비극이 있고,

이 두 청년의 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한강 대학생 실종 사망 사건

&

평택 대학생 컨테이너 사망 사고


당연히 목숨의 무게는 동일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전자에 몰려 있다.

여기에 몇몇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왜 관심이 전자에 몰려있나?

그럴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분노와 관심의 총량은 제한적이고, 이것은 기계처럼 동일하게 분할되지 않는다.

'사고냐 사건이냐'와 '남은 자의 역할'과 '대중들의 접근성'으로 대중들은 관심을 나눈다.

그래서 이 두 사건의 관심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건이냐, 사고냐?



가장 근본적인 차이다.


사고는 진실은 알려졌고, 재발방지와 책임소재를 가려야 하는 단계로 빠진다.

가해자와 피해자 양자 간의 대화와 조율이 필요하고 사법과 정치가 필요하다.

사건은 진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의혹들을 풀어서 은폐를 걷어내야 하는 단계다.

줄줄이 의혹이 이어지고 진실은 감춰져 있으니 사람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평택의 청년에게 관심이 필요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선순위와 절박함의 차이다.)






내가 세월호 사고에 분노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세월호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보수라고 불리는 이들이 끊임없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프레임 하려 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고가 되면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사안 속으로 들어가서 한강 대학생 실종 사망 사건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1.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2. 아버지의 싸움의 자세

3. 생활 밀접형 미스터리




현 정부에게 4년 내내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요청했다.

언론 탓하고 기레기탓하며 지지만 말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했다.

나는 이 요구를 왜 했을까?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도가 완벽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공론화와 여론전, 모두 이 능력에 따라 과정도 결과도 달라진다.

그건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노력이다.

한강 대학생의 가족은 사건 당일부터, 온라인 공론장에 도움을 요청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도움과 관심을 호소했고 언론이 관심을 보이자, 가족의 입장은 '진실을 알아내서 아들에게 바치겠다'라는 명징한 뜻을 밝혔다.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어떤 엘리트 의식도 없었고, 메시지는 명료했고, 의혹과 주장은 합리적이었다.


오히려 피해자의 가족은 '정체성 피해자'를 극도로 지양하고 있는데, 관심의 몰림에 부정적인 이들이 '정체성 피해자' 불편함을 제기한다.




아버지의 싸움의 자세다.


많은 사람들이 싸움이 필요할 때 오해하는 것이 일방적인 승리를 희망한다.

하나도 잃지 않으려고 하거나, 최소한으로 잃으려 한다.

전력으로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도 여지를 남겨둔다.

손정민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걸었다.




누군가 영화같이 만들었다며 이 사진을 마땅치 않게 느끼는 분들도 있다.

나는 이런 것에 끌리고, 이런 용기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누군가 모든 것을 건 싸움을 하고, 그 싸움이 정당하고, 내 마음을 움직였다면,

나는 거기에 내 관심과 힘을 몰아서 실어주고 싶다.

분노와 슬픔으로 무너질만한데도,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진실 찾기'가 최우선이기에 냉정함을 유지하며, 내 관심과 힘이 필요하다고 진정으로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비교해서 기분 나빠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아는데,

내가 세월호에 그토록 오랫동안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도 세월호 부모들의 그 전력으로 진실을 밝히고자 싸우려는 용기 때문이었다.

내가 사건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는 세월호 사건과 한강 실종 사망 사건 둘 다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내 시선의 기준마저 누군가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생활밀착형 사건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심야의 한강에서 술 한잔해본 경험이 있다.

내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미스터리한 사건이다.

계속해서 의혹들이 나오고 의심이 가는 사고가 아닌 사건이다.

진실을 은폐했다는 정황은 계속 나오고 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환경이고, 은폐된 진실도 거짓말에 관한 것이기에 접근성이 굉장히 좋다.

사람들이 쉽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고, 부모의 억울함에 공감하고 분노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물론 피해자 가족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일반의 사람들이 가십성으로 접근하기에도 좋은 주제다.

피해자 가족은 이 관심조차 필요할 정도로 절박하다.

시간과의 싸움이기에 관심의 크기가 정말 중요한 사건이고, 화제성이 수사에 책임을 가진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청년에게 더 많은 관심이 보낸다.





그래.

속으로 불만이고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다만, 맘 속에만 담아두고 그것을 밖으로 내뱉지는 말아 달라.

그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관심을 흩어지게 만든다.

이 가족은 진실을 알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 중이며, 한 사람의 관심이라도 더 필요하다.

세상을 위한 선의라지만 이 가족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더 가지라고 종용하는 포스팅이 아니다.

관심이 왜 한쪽으로 쏠리는가에 대한 이유에 대한 포스팅이다.

그 관심의 쏠림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죄악도 아니고, 음모론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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