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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이 Mar 30. 2018

4410m 딩보체,
고산병이 왔다

EBC trekking


01  카트만두 - 루클라 - 팍딩 (2610m)  
02  팍딩  - 몬조  - 남체(3440m) 
03  고소적응일 
04  남체 - 텡보체 - 디보체(3820m)
05  디보체 - 팡보체 - 딩보체(4410m) 
06  고소적응일
07  딩보체  - 로부제(4910m)
08  로부제 - 고락셉 - EBC(5364m)
09  고락셉  - 팡보체(3930m)
10  팡보체 - 남체(3440m)
11  남체 - 루클라(2840m)
12  휴식일
13  루크라 - 카트만두


Dingboche


남체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마을이다. 고소적응을 위해 하루를 더 머물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설도 좋았고 롯지 주인아저씨도 친절하셨다. 임자체를 오르는 한국 단체분들을 만났는데 궂은 날씨탓에 죽을뻔하고 내려오셔서 하산하셨다. 연세도 꽤 있어보였는데 대단하신분들이었다. 여자분은 고산병때문에 하루먼저 내려와 계셨는데 정말로 심각해보이셨다. ㅠ_ㅠ/


멀리 우리의 롯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롯지바깥에서 빨래를 말리면서 보는 아마다블람
날씨가 좋아 아마다블람이 생생하게 보인다
저녁이 되자 구름속에 가리는 산의 풍경
뒷날 아침의 구름이 가득한 풍경
밤새 눈이 내려서 소복히 쌓인 풍경
고소적응을 위해 뒷 언덕을 올라본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쌓인 눈은 금방 녹아버린다
언덕 위에서의 풍경 
딩보체에서의 롯지의 풍경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그 느낌은 생생하다. 머리는 아프고 아무것도 하기싫고 먹기싫은 불쾌한 기분이다. 안좋은 기억들은 지나고나면 미화되어서 좋게 남는다는데 오우노우. 절대아니었을 인생최고로 힘들었다.  


올라가면서 만난 사람들 10명에 1명은 고산병때문에 포기하고 하산했다. 주 증상은 참지못하는 두통이다.

딩보체에서 만난 한국 아주머니 한분은 궂은 날씨때문에 헬리콥터가 뜨지 못해서 포터에게 업혀서 내려갔다. 하산 전날 저녁식사 시간에 그분을 만났는데 입술이 파랗고 얼굴이 창백해서 당장 쓰러질것같아 보였다.

그래서 뒷날 아침엔 얼굴도 좋아지시고 식사도 하실 수 있는 상태여어서 다행이었지만 가이드분이 걸을 수 있을때 업혀야 업는 포터도 덜 힘들다고 설득해서 결국 업혀 내려가셨다.  


아침마다 헬리콥터가 바쁘게 왔다갔다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밤에 기압이 떨어져 고산병 환자한테 더 쥐약인지라 밤사이 고생하고 아침에 실려 내려가는 상태가 되는것이다.  올라갈때 들리는 헬리콥터 소리는 그냥그랬는데 하산길에 들리는 헬리콥터 소리는 고생했던 밤을 떠올리게 해서 누가 또 고생하다가 내려가는구나라면서 나 혼자 안타까워했었지. 


고락셉에서의 초코파이가 빵빵해서 터질거같다


딩보체에서부터 아무것도 하기 싫은 증세가 조금씩 나타났는데, 가이드가 계속 조금씩 걸어다니라고 해서 숙소 바깥을 조금씩 걷고 광합성을 했다. 힘을 조금만 써도 머리가 아프고 숨이찼다. 다이아목스를 먹고 있어서 화장실도 계속 가야했는데 화장실에 가서 쪼그려 앉기만해도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식욕이 계속 없어졌다. 

갈릭스프가 좋다고해서 그걸 주문해서 먹긴했는데 아무래도 식욕이 없다. 따뜻한 차를 주문해서 그거라도 마시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한잔씩 주문하던걸 나중엔 포트채로 주문해서 마셨다. 


. 딩보체 롯지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사람들 사이에 보이는 차가 담겨진 포트


진저티가 좋다고해서인지 계속 마셨는데 그게 트라우마가 되서 요즘엔 냄새만 맡아도 토할거같다. 

로부체에 도착해서는 괜찮았다. 어떤 한 외국여자분이 저녁식사에 구석에 앉아서 표정이 안좋았는데 결국 밤에 포터랑 같이 하산했다. 아침에 일어나 고락셉에 갔을때도 컨디션은 좋았다. 근데 짐을 놓고서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에 갔는데 그때 찬바람을 세게 쐬었던 탓인지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못먹고 라면을 끓여달라고해서 국물만 마셨다.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였다. 가이드는 잠을 지금 자면 안되니까 조금씩 움직이고 난로앞에서 몸을 따뜻하게 쐬라고 했는데 자꾸 눕고만 싶고 힘이 없어졌다. 


제일 심각했던건 고락셉에서의 밤이었는데 정말 말그대로 한숨도 못잤다. 누우면 숨이차서 질식할거같고 앉으면 추워서 오들오들 떨다가 그걸 밤새도록 반복하다가 창밖이 밝아지는걸 보고 아 미쳤다. 라고 생각했던거같다. 상태가 안좋으니 가이드가 여행사 사장님과 통화를 한후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가야할거같다고 한다. 제정신인 상태가 아니라 우선 해가 다 뜨고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못걸을정도가 아니니 천천히 걸을수만 있다면 내려가기만 하면 괜찮을거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헬리콥터를 부르면 비용이! 부담스러워서도 있었다. 


새벽엔 상태가 안좋아서 제대로 못들었었는데 헬리콥터를 부르면 비용이 100만원돈이었던거같았다. 근데 내가 잘못들어서 300만원으로 착각을 했다. 사실 100만원이었으면 정말 탔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죽을거같았으니까. 나중에 하산을 하기 시작하고 한국인 학생을 한명 만나서 같이 내려오면서 그 친구와 가이드에게 매번 콜라와 음료를 사줬다. 이건 내가 헬리콥터를 안타고 살아내려와서 살 수 있는거라고 웃으면서. 



 칼국수같은 뚝바, 제일 입맛에 잘 맞아 여러번 먹었다
입맛이 없어서 라면을 끓여달라고해서 겨우겨우 먹었다



고산병 예방

고산병은 몸이 높아지는 고도에 적응을 못해서 생기는거고 성별, 체격, 나이등과 전혀 상관이 없다. 

멀쩡했던 사람도 다음에 걸릴수도 있고 복불복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가이드나 정보지에서 이야기하는건 

1. 천천히 올라라

2. 수분섭취를 자주해라. 

3. 다이아목스나 비아그라 


다이아목스의 약효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이것은 통계적인 입증일 뿐 만능은 아니다. 이 약을 복용한 사람도 심각한 고산증에 시달린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급성 고산증의 예방을 위해 상용으로 복용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고소 경험자들의 말에 따르면 다이아목스는 등반 전에 복용하면 급성 고산증의 가벼운 증상은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약이 급성 고산증의 발생률과 심각성을 감소시켜 준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도 인정되고 있으며, 경증 급성 고산증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점이 많은 연구 결과 통계적으로도 입증되었다.

과거에는 저지대에서부터 다이아목스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고 했으나 이제는 등반 중 어느 때 시작해도 효과가 있다는 쪽으로 견해가 바뀌었다. 고소에서 수일 동안 복용한 후 끊을 수도 있고, 혹은 정상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복용할 수도 있다. 이 약을 끊었을 때 고산증이 일어나면 즉각 다시 복용해야 한다. 용량은 한번에 1정(250mg)씩 하루 2회 복용해야 한다. 다이아목스는 약한 이뇨제로, 뇌압을 낮추고, 혈중산소함량을 올려주며 고소에서 잠을 잘 때 호흡 촉진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 약은 고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통, 메스꺼움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고, 고소에서 취침 중에 일어나는 호흡곤란이나 불규칙한 호흡으로 고통받을 때 수면을 개선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고산증세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다이아목스를 복용하면 누구나 고산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보증은 없다.

이 약의 부작용은 손발의 저림과 소변량의 증가다. 그러므로 이 약을 복용할 때는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동작이 완만해지고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다이아목스를 복용해서 고산증세가 호전되면 증상이 호전된 것이며, 호전되지 않을 경우는 즉시 서둘러 하산해야 한다. 이 약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간혹 설파제 약품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으니 반드시 미리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고산병이 왔을때

1. 제일 확실한 방법은 하산이다. 아무것도 고민하지 말고 내려가라! 

2. 다이아목스나 비아그라를 추천하는데, 다이아목스를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얼굴과 손이 저리고 화장실을 자주가게 되었다. 비아그라는 고락셉에서 딱 한번 복용했는데 효과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3. 두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하게 되었다. 

4. 수분섭취를 많이 하라고 해서 진저티를 계속 주문해서 한 보틀째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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