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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라테스 Oct 20. 2023

인생은 아름다워

괴롭기도 하지만

1. 얼마 전에 풍장에 대한 비디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내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을 했을 텐데

독수리의 밥으로 그 육신이 10분 만에 사라지더군요.

문득 아등바등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무주의에 빠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한번 왔다 가는 인생인데

그저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야지 다짐을 해 본 것입니다.


2.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삶의 마지막 장면에서야 도달할 수 있는 결승점이 아닌 것을

그리고 그 결승점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육체를 가진 인간이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3. 지난주에는 한국어 수업을 하다가 

'삶'이라는 말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삶'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설명해 낼 것인가 고민하며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삶'이라는 명사를 수식할 형용사를 생각하는 동안

놀라울 정도로 부정적이고 괴로운 단어들밖에 생각나지 않아서

매우 난감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평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L 씨가 이런 예시를 들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너무도 간단하게 예를 들어 보인 L 씨는 밝은 미소를 띠며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한 대 쌔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이 삶을 너무 힘들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삶이 힘들고 안 힘들고는 부차적인 이야기입니다.

아마 삶의 모든 순간이 너무 아름답고 행복에 가득 찬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있어도 매우 매우 드물겠지요.

하지만 제가 반성한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인간이 다들 각자의 삶에서 각자가 가진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나가는데

그것에 대한 내 반응이 너무 예민하진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삶이 실제로 아름다운지 여부와 상관없이

적어도 삶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을 추는 것을 배우는 법이라는 말을 되새겨 봅니다.

그리고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나지막하게 주문처럼 읊조려 봅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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