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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인 마음여행자 Oct 26. 2023

[교양수업] 페터 비에리, 생각하는 삶의 가치

생각하는 삶의 가치

                                           생각하는 삶의 가치

                                          (교양수업, 페터 비에리, 은행나무, 2018)



흔히 우리는 ‘교양이 있다, 혹은 없다’로 사람을 판단할 때가 있다. 이때의 ‘교양’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교양의 의미는 나라와 시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현대에 있어 교양이라 함은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교양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경우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은행나무, 2018)은 교양의 개념을 정의하고 교양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스위스 출신의 철학자로 2014년 트락타투스상을 수상한 《삶의 격》과 《자기 결정》 《자유의 기술》 등 다수의 철학서를 저술했다. 문학적인 재능도 뛰어나서 《페를만의 침묵》 《피아노 조율사》 《레아》등 여러 편의 소설을 집필했다. ‘파스칼 메르시어’란 필명으로 출간한 《리스본행 야간열차》도 그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빌레 아우구스트 감독의 손을 거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교양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교육은 타인이 나에게 해 줄 수 있지만, 교양은 오직 혼자 힘으로 쌓을 수밖에 없습니다”(9쪽) 교육이 일방향적이고 수동적임에 반해 교양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세상과 대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누군가의 권위를 의심하지 않고, 사상과 태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오류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직접 세계와 대면하려는 용기를 통해 교양인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지식은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줍니다’(14쪽)라는 저자의 말처럼 죽을지도 모르고 불빛으로 뛰어드는 부나방 같은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교양’이 필요하다. 권력의 도구로 이용당하기 쉬운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교양을 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교양을 높여주는 방법 중 하나로 문학을 권한다. 문학은 언어 예술의 정수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관계를 맺고 우리가 하는 말에 근거를 댈 수 있는 존재, 이성적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문학은 인간이 단순하고 납작한 존재가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인간의 행위를 일차원적으로 설명하는 모든 것에 대항하는 문학은 세상을 보는 다양한 필터를 제공해 준다.





결국 《교양수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생각하는 삶의 가치’다. 선동에 속수무책 흔들리지 않고, 무언가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명확한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세계와 대면할 때 “그것은 정확히 무엇인가?”와 “그렇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16쪽)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묻고 답할 수 있다.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세상에서 스마트폰의 출현은 인류 역사에서 또 하나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루었다. 덕분에 정보의 불균형이 완화되었고 시공간의 개념도 사라졌다. 하지만 능동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수많은 정보에 반응하는 존재로 길들여지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나는 반응한다. 고로 존재한다 ‘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이나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대량생산된 정보가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우리가 교양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진다.





작고 가벼운 책이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교양수업’은 말 그대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할 수업이다.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이 교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은 이미 교양수업의 첫 교시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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