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초이 Sep 15. 2019

하-드 (번외편)

왜 달라졌는지, 너의 맛

쌍문동 크라운 베이커리에서 파는 하드는


투명한 비닐 봉투를 반으로 갈라 벗기면, 끈적임 없이 싹-. 중간에 녹은 부분 없이 눈처럼 보들보들하고 깨끗한 살결이 나타난다. 아주 작은 눈송이가 하드를 감싸고 있어 마치 얇은 벨벳을 한 겹 덮은 것처럼 보인다.


 앞니로 깨물면 -사각- 딱딱하지도 녹지도 않은, 굳이 비교하자면 죠스바나 생귤탱탱 아니면 보석바처럼 아사삭 하고 깨물어지는데 그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느낌으로 사가각 하고 잘라진다.


 녹여먹을 땐 아주 단단히 굳은 투게더의 윗면이 상온에서 부드럽게 녹는 것처럼, 갑자기 물처럼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끈적이지도 않은 그런 상태가 된다. 


 나는 살짝 녹여먹다가 깨물어 먹기를 좋아했다.


 나중에 다른 빵집에서도 하드를 사 먹어 봤지만 쌍문동 크라운 베이커리의 하드만큼 완벽한 하드는 찾지 못했다. 어딘가 녹아 껍질에 붙어있다던가, 사각거리지 않고 메로나처럼 끈적하게 깨물어지는 거다. 식감이 비슷한 걸 찾으면 맛이 너무 진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빵집 하드를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 완벽한 기억이 다른 기억으로 덮여 사라질까 봐, 그냥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하-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