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우리 동네에는 날씨가 좋은 날 놀러와. 춥거나 비가 온다면 우리 집이 제일 좋은 곳이고, 날씨가 따뜻하고 맑다면 내가 좋아하는 공원에 데려갈게.
‘화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공원은 그 규모 자체는 작고 광장에서 대리석이 깔려 있어서 뭐 볼게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이 공원의 매력은 공원을 둘러싼 잔디밭과 둘레길에 있어. 영화보면 왜 유럽 사람들이 잔디밭에 앉아서 와인도 마시고 누워서 책도 보고 여유로운 여가를 즐기잖아, 여기가 딱 그런 곳이야.
그러니까 맨 손으로 가기는 좀 아쉽지. 내가 혼자 갈 때에는 편의점에서 팝콘 한 봉지랑 콜라를 사가. 우리집에서 탄천변으로 내려가 작은 물줄기 하나를 끼고 공원쪽으로 쭉 걷다보면 작은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그 다리를 건너 언덕 한 번 오르면 공원이 나와. 나는 혼자니까 그냥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오곤 하는데, 목 뒤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이 얼마나 좋은지. 꼭 너와 함께 가고싶어.
둘이 간다면 돗자리를 챙기고, 너가 맨바닥이 싫다고 하면 캠핑용 의자도 챙길게. 집에 있는 와인이랑 컵이랑 치즈랑 과일이랑 빵도 가져갈게.
나뭇잎 반, 푸른색 반인 하늘을 바라보면 잠이 올 때도 있어. 그러면 낮잠도 한숨 자다오자. 아무리 좋아도 해가지기 전엔 공원에서 나와서 밥을 먹자. 너는 한식을 좋아하니까 보리밥집에 가자. 따뜻한 청국장 찌개가 나오는 곳으로.
아직은 추워서 좀 그렇지만 5월쯤이면 충분히 올만 할 것 같아. 너가 맘에 들어했으면 좋겠다.